“큰 사고없이 주민들 많이 참여시켰으니 이 정도면 성공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년 농번기때, 특히나 올해같이 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문화제가 겹쳐서 그저 농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제의 분주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록문화제 집행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황규호(55세) 위원장은 만족감과 아쉬움이 반반씩 묻어나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상록문화제 총집행을 맡은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위원장 자리를 떠나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인 감회도 남다르다.

“경로식당에서 봉사해주신 분들, 그리고 합덕화훼협회에서 보내준 국화 1천다발. 이번 문화제에는 누가 부탁하지 않았어도 자발적으로 도움 준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돕고 사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가 꼬박 1년을 준비해가며 매달린 문화제였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들은 많다. 합덕·신평 방면 주민들의 참여는 눈에 띄게 저조했다. 진정한 지역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부층에 국한돼 있는 참여층을 확대하려는 다각도의 개선 노력이 따라줘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한 올해도 어김없이 밀려든 외지 잡상인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점도 못내 아쉽다. 단속권한이 없는 집행위원회로서는 행정기관만 믿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행정기관과 협의해 공식적인 먹거리로 인정해 주고 일괄적으로 관리를 했더라면 더 좋은 문화제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번 문화제 기간동안 그가 가장 애착을 느낀 행사는 청소년축제였다. 놀이문화가 전무하다시피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그들만의 놀이 공간을 마련해주고 거기서 재능과 끼를 맘껏 펼치는 청소년들을 지켜보는 것 만큼 즐겁고 보람된 일은 없다고 한다. 완전히 정착되려면 개선돼야 할 점이 많지만 청소년들의 의식이 나날이 성숙돼 가는 현실에서 해를 거듭할 수록 발전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상록문화제 전반적인 행사들에 대해서도 같다.

문화제 3일동안 일곱끼를 가락국수로 해결했다는 그는 “한동안은 가락국수 근처에도 가기 싫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내년 가을이 오면 웬지 허전해 질 것 같다”고 말해, 지난 2년간 열정을 쏟아부었던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마감하는 아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