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의회 앞에 천막농성이 설치됐다. 벌써 오늘로 46일째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시민공론장’ 조례다. 주민 3000여 명을 모아 시민발의로 상정했으나 2년여의 기간 동안 표류하다 결국 ‘부결’됐다. 이에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고, 목소리를 내는 일환으로 천막이 처졌다.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당진시 시민공론장 조례청구 시민단체연대회의는 시민공론장 조례가 통과될 때까지 이 천막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왜 이들이 ‘시민공론장 조례’를 요구하는 것인지, 천막 농성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견을 들었다.
시민공론장 조례, 왜 갈등관리 조례와 다른가
‘당진시 시민공론장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이하 시민공론장 조례는 당진시의 주요 시책과 현안을 다룬다.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민을 포함한 전문가와 당진시, 당진시의회 등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일부에서는 ‘당진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와 중복되는 점을 우려한다.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그 방식에 있어서는 사뭇 다르다. 기존의 갈등 조례는 당사자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당진시민공론장 조례는 갈등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시민이 참여할 창구가 열려 있다.
일례로 소들섬이 있다. 철새가 드나드는 우강면의 소들섬은 한 때 이름 없이 방치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관심으로 소들섬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하지만 소들섬을 지나는 구간에 철탑이 세워지게 됐고, 우강 주민과 시민단체는 반대에 나섰다. 그러나, 끝내 철탑은 세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현안 중 하나인 소들섬을 시민공론장 조례로 풀어간다면, 우강 주민이나 시민단체 외에도 한전과 전문가, 그리고 당진시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 방안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김희봉 전 당진시농민회장은 “소들섬 현안을 갈등관리 조례로 풀어가면 소들섬 주변 지역 주민과 한전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만, 시민공론화 조례는 갈등이 일어나기 그 전 단계로 여러 시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당사자간의 문제로 보고 해결하려 하다 보니 시민의 의견이 묵살되고 있다”며 “시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 시민공론장 조례의 취지”라고 말했다.
산폐장 갈등, 시민공론장으로 풀어
실제로 당진에 새로 설치되는 산폐장 현안에 시민공론장이 한 차례 가동된 바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 폐기물 처리시설이 당진에 입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업체의 갈등이 깊어졌다. 하지만 갈등으로만 치닫기에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없었다. 이에 산폐장과 관련한 지역사회 단체와 시민의 우려를 해소하고 상생할 방안을 찾기 위해 2021년, 산폐장 공론화의원회가 구성됐다.
이후 11차에 걸쳐 논의가 이뤄졌고, 주민 지원 방안과 환경오염 방지 대책 강화 방안이 강구됐다. 실제로 주민감시기구인 ‘산폐장 감시팀’이 민간환경감시센터 내에 설치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때의 성공적인 사례를 다양한 지역 현안에 접목하자는 의견이 시민공론장 조례의 시작점이다.
“현재는 교착 상태”
하지만 이 조례는 폐기되는 기한인 2년 동안 의회에서 표류했다. 연장 마감 기한 시점에서야 다뤄지기 시작했다. 한 차례 총무위원회에서 부결됐으며, 이후 최종 본회의에서 다뤄졌으나 더불어민주당 7표, 국민의힘 7표로 ‘부결’됐다. 그렇게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채 조례는 제정되지 못했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바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밤낮으로 천막농성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낮 시간에는 시민단체가 순회로 오가며 시민공론장 조례 제정의 뜻을 보이고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희의를 가지며 시민공론장 조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오늘로써 46일째 천막이 설치돼 있으나, 아직까지 이 조례에 관련해 의회와의 소통은 없는 상황이다. 의원들 역시 오가면서 천막을 방문하거나 혹은 지역 신문에 칼럼으로 의견을 전하지만,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의회와의 실질적인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권중원 당진YMCA 사무총장은 “현재는 교착 상태”라며 “의회와 의견이 다른 부분은 토론을 통해서 입장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와 시민, 시민단체 등에서도 모두 이 조례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만큼, 공식적인 토론회를 개최해 풀어가야 한다”며 “이 자제가 공론의 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천막 칠 것”
농성을 벌이는 천막 주위에는 이들의 뜻이 담긴 전단지와 함께 시민공론장 조례를 반대한 국민의힘 7명 의원의 명단이 적혀 있다. 이번 사안이 당 대 당으로 갈렸던 만큼, 시민단체연대회의는 이 문제를 2026년에 있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회장은 “2026년에 있을 지방선거 전에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의원들이 자존심 세울 것이 아닌, 시민을 위해서라도 백지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연대회의는 선거가 치러지기 전 2년이 남았더라도, 이 천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시민들에게 이 사안을 알리기 위해 나서겠다고 전했다. 현재 당진시민사회 소식지를 발간했으며 이후에도 시민들이 모이는 전통시장과 구터미널 로타리 등에서 피켓 시위를 강행하겠다고 전했다.
강희연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갈등’을 생각했을 때 보통 큰 현안이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층간소음과 같은 문제들을 생각하게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갈등 조례가 아닌, 지역 현안을 시민공론장 조례로 풀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조례가 시행 된다면 사회적 문제가 이제 공론화 돼야 한다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알리기 위해 피켓 홍보 등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봉기 소들섬과우강사람들 대표는 “천막을 쳤다면 200일이든, 300일이든 해야 한다”며 “당진에는 산폐장이나 호수공원 등 다양한 현안 문제가 많기 때문에 조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갈등으로만 비춰진다면 결국에는 지역 보상금과 주민 갈등만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