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볏가릿대 세우기는 조선시대 전국적으로 널리 성행했으나 거의 대부분 사라지고 충남 내포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하지만 내포지역의 볏가릿대 세우기도 코로나19를 전후로 20여 개에서 10여 개 마을로 절반 이상 끊기면서 전승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당진 역시 6개 마을에서 4개 마을로 줄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국가유산청의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을 지원받아 내포 지역 볏가릿대 세우기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서, 당진 지역 전승마을 관계자와 함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영상 시청 △박종익 교수의 지역별 볏가릿대 세우기 전승 실태 및 전승방향 관련 제언 △토의 △2025년 사업 설명 등이 이뤄졌다.
볏가릿대 세우기는 정월 대보름에 짚이나 헝겊 등에 곡식을 싸서 장대에 매단 다음, 높게 세워놓고 풍요를 기원하는 풍속이다. 음력 2월 초하루 머슴날에 볏가릿대를 내린다.
당진지역에서는 △대호지면 적서리 △대호지면 마중리 △대호지면 송전리 △송악읍 한진2리 △송악읍 기지시리 △면천면 성상1리 등 6개 마을에서 진행돼 왔는데, 코로나를 전후하면서 현재 4개 마을(적서리, 한진2리, 기지시리, 성상1리)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호지면 적서리, 주민 참여 인상적
대호지면 적서리에서는 노인회 및 마을회 주관으로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곡식주머니는 오곡이 아닌 쌀을 넣고, 볏섬 나르기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에는 마을 풍물패가 풍물을 연주했다면 현재는 대호지면 풍물패가 연주하고 있다. 박종익 교수는 “볏가릿대 풍습을 진행하는 데 있어 주민들의 끈끈한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낫가리 기원제에는 마을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면 풍물패에서 새로운 가락으로 풍물을 연주하는데 기존에 있던 마을 가락을 활용하면 좋겠다” 제안했다.
송악읍 기지시리, 전승 단절 우려 적지만 의미 감소
송악읍 기지시리는 마을에서 전승돼 오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에서 이어오며, 단독 행사가 아닌 기지시줄다리기 행사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세우는 날에는 풍물 축원과 함께 볏가릿대를 세우고 간단한 고사를 지내며, 내리는 날에는 볏가릿대를 내리고 간단히 농점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박 교수는 “보존회에서 주관하고 있어 전승 단절의 우려는 적으나 볏가릿대 세우기 자체의 의미와 특징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볏가릿대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리는 날에 보다 풍성한 고사와 마을주민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마을 주민 초청 잔치(식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악읍 한진2리, 볏가릿대 보다 장승제가 주요 행사
송악읍 한진2리는 장대 전체를 짚으로 감싸고 동아줄에 오쟁이와 소원지를 달아 놓는 특징이 있다. 또한 모든 주민들이 쓰는 물이라는 점에서 상수도지만 ‘관정’ 부근에서 볏가릿대를 세우고 있다. 세우는 날에는 간단한 고사와 함게 오곡밥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내리는 날은 장승제가 주 행사로 진행된다. 박 교수는 “장승제가 주요 행사로 정착하면서 볏가릿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볏가릿대 내리기에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주목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통적으로 박 교수는 “주민 고령화에 따라 볏가릿대 전승이 끊길 위험에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내년엔 대동한마당 계획”
이어 유병덕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내포문화진흥센터장이 그동안의 사업 내용과 내년도 사업 계획을 밝혔다.
1차년도(2023년) 사업으로는 충남지역의 볏가릿대 세우기 전승현황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가치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또한 그 결과를 모아 전승현황을 기록한 ‘충남의 볏가릿대 세우기’를 발간했다.
2차년도인 올해 사업으로는 볏가릿대 세우기 전승 실태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교육·홍보용 영상제작, 전승지역 초등학생 대상 소양교육, 전승마을 간담회 등을 했다.
3차년도인 내년에는 볏가릿대 놀이 대동한마당, 볏가릿대 마을로 떠나는 여름방학 문화캠프를 계획하고 있다.
대동한마당은 충남지역 전승마을과 전남 진도, 강원도 삼척 등 볏가릿대 풍속이 전승되는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형 행사이며, 여름방학 문화캠프는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가족단위 체험객을 모집해 전승마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볏가릿대 세우기 및 민속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