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어릴 적 강아지들의 생김새는 거기서 거기였고 털색만 달라 황구, 백구, 덕구라는 이름으로 다 통했다. 집 집마다 한두 마리씩은 키웠는데 용도는 집을 지키거나 한여름 보양을 위함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강아지는 가축의 의미를 벗어나 한 가정의 자녀와 같은 대우를 받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예전의 부모님들은 아들내미와 딸내미 사진을 지갑에 넣어두었다가 꺼내보고 힘을 얻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핸드폰마다 털내미 사진이나 동영상을 저장하고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다. 공원에서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강아지를 아직도 가축으로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애견인들이 마뜩잖은지 혀를 끌끌 차며 세상 말세라 한탄한다.
강아지를 가족으로 들일 때 표현하는 말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웃집이나 시장에서 나누어 얻어 온다는 의미의 ‘분양’이라 했다. 요즘은 ‘양친과 양자가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식의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의 입양이라 한다. 그러든 저러든 아파트 주변 공원을 10분만 산책하면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아들내미 딸내미 못지않은 멋진 이름을 가진 털내미들이 아주 많다.
머리모양이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탱자’가 있다. 견주가 결혼 후 불임으로 십여 년을 마음고생하다가 입양한 비숑프리제다. 이름처럼 탱탱한 뒷다리 근육질이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견주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효견 맞다.
탱자와 친한 뽕길이도 있다. 다리가 긴 밤색 푸들이다. 본래 이름은 길이길이 오래 살라는 뜻의 ‘기리’였는데 유난히 방귀를 많이 뀌어서 뽕길이란다. 구르는 공만 보면 냅다 달리는데 그럴 때마다 뽕뽕 소리 내며 달린다. 황당하면서도 웃긴다.
시추 강아지 ‘장군이’도 있다. 울산에서 유기견 생활을 하다가 이런저런 사연으로 당진까지 왔다는데 처음에는 기가 너무 죽어있어서 장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외모가 예뻐서 그런지 이름값을 하느라 그런지 장군이만 나타나면 강아지들이 그 뒤를 졸졸 따른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앙증맞은 말티즈 ‘다솜이’도 있다. 살짝만 움직여도 하얀 솜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것 같은데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언 듯 보면 솜털에 검정콩알 세 개가 박힌 것 같다. 둥글넓적한 얼굴 생김새나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귀여운 모습이 주인아주머니와 무척 닮았다.
우리 집 털내미 꼬미도 빠질 수 없다. 경기도 광주에서 데리고 왔는데, 먼 길 자동차에 실려 오느라 피곤할 텐데도 첫날부터 얼마나 꼬물대는지 모른다, 게다가 얼마나 조그만지 가족이 이구동성으로 쪼꼬미, 쪼꼬미 부르다가 붙여진 이름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구 년이 지난 지금도 꼬물대는 모습이 귀엽다.
이제 강아지는 가축이 아닌 가족이다. 자녀가 없는 가정에서는 소중한 외동이고 자녀가 성장기에 있는 가정에서는 함께 성장하는 형제자매다. 우리 집처럼 자녀를 다 키운 가정에서는 응석받이 막내 털내미다.
하나뿐인 생명을 운운하지 않아도 털내미들은 이제 한 가정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