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지면 출포리에서 특별한 구순 잔치가 벌어졌다.

3월이 시작된 지난 1일,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3명의 어르신이 출포리 노인회관으로 향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옷에 화사한 코사지를 앞주머니에 꽂았다. 구순을 맞은 박용신, 박성갑, 홍순식 씨의 특별한 졸수연(卒壽宴)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졸수연’의 졸(卒)은 마칠 ‘졸’자로, 한자로 풀이하면 90을 뜻한다. 이 한자는 아홉 구(九)와 열 십(十)의 조합에서 나온 것으로, 9와 10을 합하면 90이 된다. 이어 수(壽)는 장수를, 연(宴)은 잔치를 의미한다. 즉, 졸수연은 90세를 맞은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로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 온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하는 자리다.

현재 대호지에는 90세가 넘으신 어르신 11명이 거주한다. 그중 출포리에는 5명이며,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은 이날 구순 잔치의 주인공인 박용신, 박성갑, 홍순식 어르신이다.

세 명의 어르신은 1936년에 태어나 우리나라의 산고를 고스란히 겪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다시 돌려 받고,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던 그 시절까지. 먹지 못했던 시절 함께 굶어가며, 빠르게 변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생을 살아왔다.

이들의 노고를 위해 대호지면 출포리 노인회에서는 구순 잔치를 마련했다. 대호지 출포리 노인회는 다른 노인회와 다른 특별함이 있다. 매달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을 위해 잔치를 열어 준다는 것이다. 1명이 됐든, 여러 명이 됐든 한 달 동안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여기에 연장해 출포리 노인회에서 구순잔치까지 기획했다. 자리를 마련하고, 사람들을 초대했다. 음식은 세 명의 어르신의 자녀들이 뷔페식으로 마련했으며, 부녀회(회장 정근숙)가 손을 거들었다.

이들의 노고에 세 명의 어르신이 감사함을 표했다. 자리를 마련한 노인회부터, 평소 매일 따뜻한 밥을 어르신에게 지어 전하는 부녀회, 그리고 멀리서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의 구순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 온 가족들까지. 평소에는 쑥쓰러움에 잘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을 세 명의 어르신들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함께 잘 차려진 식사를 하며 어르신과 모두의 건강을 기원했다. 김용철 노인회장은 “오늘 구순 잔치의 대상이신 세 분의 어르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관에 나오신다”며 “항상 반겨주셔서 늘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구순잔치를 열어 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내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고맙다”며 “어르신들이 건강한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고 전했다.

또한 매달 열리는 생신 잔치를 기획하고, 행사를 끌어오는 임근묵 총무도 어르신에게 한 마디 전했다. 임 총무는 “졸수연은 진정한 노인이 된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100세까지 더 오래 건강히 어르신들이 사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어르신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았던 정근숙 부녀회장은 “어르신들이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언제나 우리 부녀회원들이 수고했다고 말해주시며 보답해주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박용신 어르신

“대호지 출포리가 최고!”

“오늘 가족들과 주민들이 구순이라고 축하해주니 좋죠. 우리 대호지면 출포리는 살기 좋은 동네에요. 옛날에는 바닷물이 마을 안으로 들어 왔어요. 제가 20대 때 여기서 고래 잡혔던 게 기억나요. 길이는 집채만 했고, 높이도 사람 키보다 훌쩍 넘었어요. 바다와 갯벌에서는 굴과 바지락, 숭어, 갈치, 오징어 등 안 나오는 게 없었죠. 이렇게 좋은 동네에서, 주민들이 잔치까지 열어주니 고맙네요. 특히 노인회는 매일 생일 맞은 이들에게 잔치를 열어줘요. 이런 동네 없습니다.”

[미니인터뷰] 박성갑 어르신

“부녀회에게 고마움 표현할 수 있어 좋아”

“오늘 기분 정말 좋습니다. 오늘만큼은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네요. 우리 출포리 부녀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가장 좋습니다. 우리 부녀회원들이 항상 노인들을 많이 도와줘요. 매번 점심때마다 맛있는 밥을 차려 줍니다. 평소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평소에 못한 말, 오늘 실컷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늘 가족들, 주민들 모두 와서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 앓지 않고 건강히 살다 병원 생활 없이 자다가 죽는 게 꿈입니다.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미니인터뷰] 홍순식 어르신

“매달 생일 챙겨주는 노인회”

“오늘 증손주까지 가족들이 20명 넘게 왔어요. 가족이 모두 모이니 기분이 좋지요. 우리 출포리에는 고마운 게 참 많아요. 노인회에서는 매달 생신 잔치를 열어 주고 있어요. 빠짐 없이 우리 노인들을 챙기죠. 총무님이 센스가 참 좋아요. 한 명 한 명 다 잘 챙겨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리고 이장, 노인회장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이분들이 책임지고 마을을 이끌어가니 얼마나 고마워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