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살갗에 닿는 바람이 좋아졌어요.

동트는 아침이 저녁 노을만큼 고운 빛깔이더군요. 9월은 변심한 애인처럼 재빨리 도망칩니다.

초등학교 담을 넘어온 확성기 소리는 운동회 소식을 알립니다.

땀에 젖고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을 보면서 누구를 위한 운동회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옛날과 별 차이없는 종목을 가지고 아이들의 축제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달동안 매달려야 하는 연습도 선생님과 아이들에겐 즐거운 일만은 아니지요.

옛날 미디어 문화가 없었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볼거리에 동네 축제일 수 있었지만 오락문화가 모든 매체를 장악하고 있는 지금 더이상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흥겨운 마당은 아니라는 비판적인 생각을 하게됩니다.

작년에 서울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날 사라져가는 우리 놀이를 구성해 학부형도 참여하는 즐거운 한마당을 펼쳤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공동체의식도 되살리고 그저 놀이로서 겨루는 일 신나지 않을까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늦동이로 태어나 초등학교 운동회때 흰머리를 하고 두루마기차림에 학교에 오셨던 아버님을 추억하는데 손수건에 담배 두갑을 말아서 선생님께 드렸다고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전에 우리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제대로 나누면서 살지 않았나 느껴집니다.

형식보다 내용이 모든 행사를 채우기를 바란다면 욕심인가요. 가을이라 현실적인 생각보다는 괜한 소망따위에 끄달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