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땜에 여지껏 살아서 이런 꼴 당허는지 물러.”

지난 27일 주민들과 함께 행담도 서해대교 건설현장에서 농성을 벌이다 공사를 강행하려던 LG건설 노무자들과 몸싸움 도중 부상을 입은 한봉순(77세) 할머니는 퉁퉁 부어오른 무릎과 손을 내보이며 이렇게 푸념했다.

‘다 죽게됐다’는 마을사람들의 말에 레미콘공장에 나갔던 한할머니는 손자뻘 밖에 안되는 젊은 노무자들에게 심한 폭언과 함께 시멘트 바닥에 밀쳐지면서 무릎과 손목에 부상을 입고 그날부터 1주일째 푸른병원에 입원해있다. 수치스럽고 창피해 자식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병실을 지키고 있다.

행담도에 들어와 바지락 캐며 살아온지 올해로 꼭 20년 된다는 한할머니는 행담도 경찰초소였던 허름한 건물에 혼자 살고 있다.

자기 소유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정부에서 주는 월 3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며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3남매를 두었으나 큰아들은 14년전 뱃사고로 죽고, 나머지 자식들도 자신을 돌볼 형편이 못된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신세였지만 바지락 캐고 굴따서 자식들 고등학교까지 보냈다는 한할머니는 그러나 행담섬 개발에 따라 이웃주민들과 함께 당장 내몰릴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노구를 이끌고 농성을 벌여 온 것이다.

“암만 나라서 하는 거라도 의지헐 곳은 줘야지. 갯고랑 파서 살아온 사람들 법에 없다구 그냥 내쫓는 다는게 말이 되나.”

험하게 살아온 70평생, 이젠 누구를 향해 분노할 여력도 남아있지 않은 이 할머니의 소망은 늙은 몸 누일 방 한칸이라도 갖는 것이다.

※ 한봉순 할머니는 LG건설측에서 더이상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다고 밝혀와 지난 10월 1일경 치료를 다 받지 못한 상태에서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