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둥이 가족을 만나기로 한 날, 아이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활기찬 모습으로 맞아줬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에는 첫째 윤재(당산초 6)는 사춘기다운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둘째 은재(당산초 2)는 씩씩하게 뛰어다녔고, 셋째 은혜(3)는 남편 김재철(41) 씨 품에서, 막내 윤솔(2)은 아내 허외자(43) 씨 품에 안겨 있었다. 순간 순간이 분주했지만, 그들의 미소에서 가족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연애 시절의 농담이 현실로
아내 허외자 씨가 22살, 남편 김재철 씨가 20살이던 시절, 두 사람은 경상도 마산의 한 책 대여점에서 알바생과 회원 사이로 만나 연인이 됐다. 연애를 하던 어느 날, ‘아 들 둘, 딸 둘을 낳으면 좋겠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그 꿈은, 정말로 현실이 됐다.
마산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약 13년 전 김재철 씨의 직장 문제로 당진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이사 온 지 한 달 뒤, 첫째 김윤재 군이 태어났고 이후 둘째 김은재 군이 태어났다. 사실 딸을 간절히 원했던 두 사람은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드리고 기도 제목을 “‘딸을 낳게 해 달라’로 삼을 정도였다.
그 바람이 이루어져 셋째 김은혜 양이 태어났고, 이름은 아내 허외자 씨의 “은혜 받았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연애 시절 두 사람이 나눈 대화처럼, 넷째 윤솔이가 셋째 은혜가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그들을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넷째
사실 부부는 셋째까지의 계획은 있었지만 넷째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허외자 씨는 “셋째까지는 힘들지 않았는데, 넷째가 연년생으로 태어나면서 확실히 힘들었다”며 당시 고충을 전했다. 특히, 허외자 씨는 셋째를 낳고 7개월이 지나 회복되지 않은 몸 상태로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넷째가 태어나고 손은 하난데 재워야 할 아이는 둘이다 보니까 두 달을 매일 밤 울었다”라고 말했다.
든든한 첫째
그런데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첫째 김윤재 군은 막내 윤솔이를 위해 밤마다 직접 안아서 재워주고 분유도 먹여주며 큰 역할을 했다. 윤재는 당시 매일 밤 막내를 안고 재워주느라 한동안 다크서클이 생기기도 했다고.
현재 당산초등학교 6학년인 윤재 군은 여전히 동생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고 있으며, 자주 “은혜가 좋아할 것 같아서 챙겨왔어”라며 맛있는 음식을 남겨 집으로 가져오곤 한단다.
또한 윤재는 엄마 허외자 씨가 셋째 은혜를 임신했을 당시 “둘째처럼 말썽을 부리면 혼내겠다”고 말했지만, 은혜를 만나고 “이렇게 예쁜 아이를 어떻게 혼내, 절대 못 해”라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윤재는 심지어 허외자 씨가 넷째 윤솔이를 임신했을 때, 교회 기도 시간 중간에 “저희 엄마 넷째 가졌어요!”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부부는 네 명의 자녀와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과거 두 아이만 있었을 때는 오히려 육아 문제로 다툴 때도 많았지만, 셋째와 넷째를 맞이한 후, 서로 협력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남편 김재철 씨는 “서로 안쓰러운 마음과 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협동심이 배로 늘었고 서로가 없으면 안된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며 “사실 정신이 없어 싸울 시간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재철 씨는 아내 허외자 씨가 넷째를 출산한 후 산후조리원에서 2주 동안 지내는 동안, 세 아이를 홀로 돌보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셋째(은혜)가 낮잠 자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며 “아이를 잘 재우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10바퀴는 기본으로 돌곤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내의 힘듦을 뼈저리게 느낀 그는, 아내가 집으로 돌아온 후 “아프지 말고, 나를 두고 떠나지 말라”고 진심으로 당부했다.
아내 허외자 씨도 “남편과의 육아 분담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며 “남편의 근무 시간이 3교대로 진행되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 함께 육아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네 명의 아이와 함께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둥이 가족 현실에 더 귀 기울여야
아내 허외자 씨는 “다둥이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도인 ‘기저귀 바우처’와 ‘분유 바우처’를 꼽았다. 그는 “기저귀 바우처는 단 1원만 기준을 초과해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분유 바우처는 조건이 더 까다로워 아예 신청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둥이 가정뿐 아니라 많은 부모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인데, 기준이 좀 더 유연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 수가 많아지면서 넓은 평수의 집을 알아보던 허외자 씨는 ‘신생아 대출’ 제도에서 또 다른 장벽을 마주했다. 그는 “네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40평 정도의 넓은 집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 제도는 집 평수가 33평을 넘으면 신생아 대출을 받을 수 없다”라며 “다둥이 가족에게는 그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외자 씨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도 덧붙였다.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 ‘노키즈존’이 많아지지만, 반려견을 위한 공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아이를 낳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아이들로 “부모님들이 아이에 대한 기대나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기쁨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아이들로
“부모님들이 아이에 대한 기대나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기쁨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허외자 씨는 “물론 육아는 힘든 일이지만, 아이를 한 명 한 명 낳을 때마다 기쁨은 배로 늘어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요즘처럼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시대에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게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세상의 좋은 모습도 많다”며 “날씨 좋은 날 밖에 나가면 기분이 좋아지듯, 아이들도 그런 긍정적인 세상을 느끼며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서로를 아끼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철 씨는 “형이 동생을 챙기고, 동생이 형을 도울 때 참 기쁘다”며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 몸과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외자 씨도 “아이들이 기본을 지키고,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바란다”며 소망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