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를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없었어요.”
이승화 씨(28)는 당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던 어린 시절, 종이와 모래바닥, 벽과 바닥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었다.남들과는 다른 시선과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그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끝없이 질문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뉴욕에서 뉴미디어 아트를 공부하고 자신만의 작업을 탐구하고 있다.
남들과 달랐던 어린 시절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사고하고 표현했던 이승화 씨는 종종 ‘장난꾸러기’, ‘사고뭉치’로 불리기도 했다.
“유치원에서 종이컵 인형을 만들던 날, 털실이 너무 가짜 같았어요. 그래서 제 머리카락을 잘라 인형에 붙였는데, 그걸 본 선생님이 놀라 부모님께 연락했어요.”
이런 일들은 많이 있었고, 남동생을 모델 삼아 혀에 그림을 그려보거나 다양한 옷을 입혀보는 등, 일상의모든 순간이 실험이었다.
“틀렸다”는 말 대신 “네가 맞다”
이승화 씨는 송산면 금암리에서 지내며 당산유치원과 당산초등학교를 다니다 성남을 거쳐 초등학교 3학년 때 호주로 이주했다. 그는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예술에서는 큰 자유를느꼈다.
“한국에선 튀고 이상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표현들이, 호주에선 ‘맞다’라는 반응으로 돌아왔어요. 독후감 과제로 고양이 요정 이야기를 주제로 쓴 3장의 소설로 금딱지 스티커를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예술은 그에게 자존감이자 정체성이 됐다.
입시 대신 예술, 또 다른 문을 열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미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이승화 씨는 대부분의 한국 고등학생들이 겪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 답답함을 느꼈다. 성적을 위한 공부에는 흥미를 갖지 못했다.오히려 <논어>처럼 성적과는 무관한 책들을 즐겨 읽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친구들과 영화 제작에 도전했다. 그는 감독을 꿈꾸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먼지바람’이라는 영상 모임을 결성해 밤을 새워가며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승화 씨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님은 점차 그의 성향을 인정하며 미국 진학을 지원해줬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수시 이후 미국 대학 포트폴리오 준비에 돌입했고, 20살에는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콜라스틱 아트 앤 라이팅 어워드’에 출전해 큰 상을 받았다.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처음으로 관객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감격과 뿌듯함, 그리고 새로운 야망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날 어머니께서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은 전부 승화 같은 아이들이더라’라며 ‘승화에게 재능이 있구나’라고 처음 인정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움직이는 예술, 애니메이션의 매력
미국 몬세라트 예술대학에 진학한 그는 정적인 미술을 넘어, 생동하는 예술인 애니메이션에 매력을 느꼈다.
“2D 애니메이션을 배우면서 ‘이건 다음 세대의 예술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니메이션은 제가 느낀 생동감을 다른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승화 씨는 이후 관련 분야에 대해 더 넓고 깊게 배우고 싶어 애니메이션 분야로 유명한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로 편입해 컴퓨터 아트와 3D 애니메이션, 시각효과를 전공했다.
그의 졸업작품인 단편 3D 애니메이션 ‘God Glasses’는 과학이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수상 및 초청을 받으며 세계 각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기술 품은 예술로 상호작용 꿈꾸다
이승화 씨는 대학 졸업 후, 뉴욕대학교(NYU)의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에서 뉴미디어 아트를 공부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갔다.
그가 전공한 뉴미디어 아트는 프로그래밍, 기계, 기술 등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창조하고,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핵심으로 삼는 분야다.
“저는 새롭고 실험적인 걸 좋아해요. 궁극적으로 뉴미디어 아트를 배우고, 그걸 제 작업에 활용하고 싶었어요. 다만 전통적인 것들을 충분히 익혀야만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의 배움은 그런 기반을 쌓는 과정이었습니다.”
“너의 시선이 나를 완성한다”
이승화 씨는 지난 5월, 뉴욕대학교 ITP 과정을 졸업하며 ‘너의 시선은 나를 완성한다(Your gaze completes me)’라는 설치 미술 작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그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한국, 호주, 미국을 오가며 살아온 그는 어느 하나의 국가 정체성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나를 나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져왔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단서를 ‘너와 나’의 관계에서 찾고자 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처럼, 관객과의 시선을 통해 ‘나는 너, 너는 나’가 되는 상호작용적 경험을 형상화했다.
이승화 씨는 현재 뉴욕의 유명한 뉴미디어 아트 스튜디오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고, 뉴욕대학교에 남아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며 연구와 작업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도 예술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기술과 감성을 넘나드는 표현을 계속 시도해보고 싶어요. 언젠가 피카소보다 부유하고 백남준이나 마르셸 뒤샹과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 이승화 씨의 단편 3D 애니메이션 ‘God Glasses’를 비롯한 작품은 astrolee.com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이승화 씨는
-송산면 금암리 출생
-당산유치원 졸업, 당산초등학교 다니다 호주로 이주
-서울 미술고등학교 졸업-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 졸업
-뉴욕 Volvox Labs 인턴 수료
-올해 5월 뉴욕대학교 ITP 졸업
-New York Animation Film Awards Finalist선정 외 다수 국제 단편 영화제 수상 및 초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