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 사회는 주민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자치권을 확대하는 다양한 제도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주민자치회의 제도화,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그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과연 도입 취지에 맞게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자치경찰제는 주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치안 서비스의 핵심인 만큼, 그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2021년 7월 전면 시행된 자치경찰제는 지역 맞춤형 치안과 생활밀착형 행정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이름뿐인 자치’라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국무위원을 구성하는 지금이 자치경찰제가 제도적 명분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 주민의 치안 수요에 맞춘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보호, 교통 및 다중행사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 행정 기구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역할 혼선, 책임 회피, 예산·조직·권한의 비대칭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제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개선 과제가 시급하다.
첫째, 중앙과 지방,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양측이 업무를 서로 떠넘기거나, 긴급 상황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정보 공유와 신속 대응을 위한 통합 매뉴얼과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민은 ‘누가 해야 할 일인가’보다 ‘누가 신속히 대응했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둘째, 자치경찰의 조직과 인력을 분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가경찰 조직 내에서 단지 사무만 분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자치경찰위원회의 정책이 실행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다. 인사권과 조직권의 독립이 보장되어야 자치경찰이 책임성과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
셋째, 예산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자치경찰은 여전히 국고보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예산으로 운영 중이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자치경찰제에 부합하는 재정조정제도와 교부금 연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자치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위원회는 법적으로는 독립기구지만, 현실에서는 자문기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책 수립만 하고 실행 권한은 없는 상태로는 자치경찰제의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위원회가 정책 집행과 감시의 중심축이 되도록 법적·행정적 권한을 보완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절실하다. 자치경찰이 지방권력의 영향력에 휘둘릴 경우, 그 피해는 주민의 안전과 신뢰에 직결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사 개입이나 사건 개입 사례가 감사 결과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위원회 구성의 투명성 확보, 외부 감사 기능의 강화, 인사 기준의 공개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자치경찰제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제주에서는 관광지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나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활동으로 지역 주민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충남 지역의 일부 시군에서는 아동학대 대응 전담팀을 자치경찰 내에 배치해 실질적인 치안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특성과 수요에 기반한 치안서비스는 자치경찰제가 지닌 강점을 잘 보여준다.
자치경찰제는 주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생활민주주의의 시금석이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이 그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치 없는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자치경찰이 주민의 신뢰를 얻고, 실질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정한 자치의 상징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변화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