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세가 넘은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전시관을 가득 채운다. 소박하지만 강인한 어르신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합덕제라는 저수지가 단순한 수리시설을 넘어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젖줄이었음을 절로 느끼게 된다.
지난달 27일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서 개관 20주년을 기념한 특별 기획전시 ‘합덕방죽, 삶을 품다–합덕제 옛이야기’의 개막식이 열렸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민국역사 박물관의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지역과 중앙이 협력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2023년 진행된 합덕제 권역 근현대 구술사 연구와 2024년 대중서 발간에 이어 완성된 마지막 단계로 기획됐다. 책속 활자로 담겼던 어르신들의 기억은 영상과 사진, 삽화, 수채화 등 생생한 전시물로 구현돼 관람객을 맞이했다.
삶을 품은 물, 기억을 담은 전시
전시관의 입구와 중앙 벽면에는 어르신들의 구술 인터뷰와 합덕제의 역사를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벽면 곳곳에는 합덕제와 관련된 옛 신문기사와 합덕제의 최초 사진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전시돼 있으며, 합덕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민들의 생활상과 풍속이 전시물을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전시 영상물은 충남콘텐츠연구소 지음협동조합이 제작했으며, 전시물 제작과 설치는 문화유산연구소 이음과 목수하우징이 맡았다.
장영란 합덕제 구술채록 연구원은 “2년 전 어르신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술조사에 참여했다”며 “어르신들의 기억이 책과 영상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순간에는 울컥할 만큼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 연구원은 개막식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연잎밥 도시락을 선물하며 “내 생애 가장 귀한 손님들이셨다”고 덧붙였다.
이상식 당진시 문화유산팀 주무관은 “기록물을 자료로만 보관하지 않고 시민과 나눌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지역민의 기억과 무형의 유산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체험행사에서는 어르신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복원한 ‘지끈 바구니 만들기’ 체험이 진행된다. 이는 합덕제 주변에서 왕골을 재배하고 돗자리를 짜 시장에 내다 팔던 시절의 생활문화를 복원한 것이다.
한편 개막식에는 구술에 직접 참여한 어르신 1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관람을 마친 어르신들은 관계자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훌륭한 특별전시를 마련해줘 고맙다”, “합덕제의 옛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해주기를 바란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합덕제 어르신들의 목소리] ‘기억이 전시가 되다’

표모영(1934년 성동리 출생)
“옛 추억을 다시 한 번 되돌리게 한 그 모든 광경을 내 눈으로 보게 돼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금처럼 연구가 잘 진행 돼서 전 국민이 다 알 수 있는 문화재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윤정화(1942년 운산리 출생)
“전시가 너무 잘 돼 있어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날이 가물었을 때 굉장히 고생이 많았던 시절, 또 비가 많이 오면 (둑이 터져서) 어려웠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농사짓기 좋지만 옛날엔 너무나 고생했어요. 방죽물이 없었으면 농사도 못 지었을 정도예요.”

오경섭(1946년 합덕리 출생)
“합덕 연호제(방죽)와 용천을 다시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용천은 하루에 물이 세 번씩 변했어요. 파랗다가 흙탕물이 됐다가 또 이상하게 달라졌어요. 이를 복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필운(1947년 점원리 출생)
“지금은 전보다 쌀 생산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지금은 논이 된) 옛날 방죽을 복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연꽃도 자연스럽게 피어 있고 또 중앙에 섬(호중도)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그 모습이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신주현(1951년 대합덕리 출생)
“합덕제에 대해 다시 한번 재조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역사적 자료를 보면서 엄청 흐뭇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고장의 훌륭한 역사가 있는 곳에 태어난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연호제(합덕제)를 자손 대대로 후손들한테 자랑스러운 곳으로 널리 알리고 홍보해서 누구나 찾고 싶은 장소로 만들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