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시내권에는 채운동과 당진시장 인근의 피해가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지난해보다 컸으며, 시내 전체 지역에 피해가 상당했다.
밤사이 어둠이 걷히고 점점 폭우 피해 상황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당진천이 범람하면서 당진시장과 채운동 일대의 상가들은 말 그대로 ‘초토화’ 상황이 됐다. 채운동의 프라자약국은 창문이 산산조각으로 깨진 것은 물론, 물에 젖은 약품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약품을 보관하는 냉장고 역시 수거대가 엎어진 채로 놓여 있었다. 프라자약국의 관계자는 “뒤쪽에 있는 당진천이 범람해 물이 약국 안으로 들이 닥쳤다”며 “물이 넘치는 데 방법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 옆에 있는 삽교곱창도 마찬가지다. 문은 종잇장처럼 꾸겨진 채 깨져 있었고, 내부 각종 식기와 테이블, 의자 등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인근 편의점, 미용실, 병원 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에 떠내려온 냉장고가 도로 한 가운데 놓여 있는 등 당진천 인근 지역에 크고 작은 피해들이 발생했다. 또한 밤사이, 차오르는 비로 인해 일부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를 두고 대피하는 일도 발생했다. 채운동과 탑동사거리 쪽 도로에 주인 없이 놓인 차가 3대에 이르렀다. 인근에 있는 한중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이닥치면서 차량이 침수되기도 했다.


당진시장…“지난해보다 피해 더 크다”
어김없이 올해도 당진시장에 큰 피해가 따랐다. 상인들은 “지난해보다 피해가 더 큰 것 같다”며 침수로 인한 피해 현장을 보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한 상인은 “왜 매년 침수 피해 문제가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침수 피해를 입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반복된 사안에 상인들은 울분을 토했다.
1998년 당진에 홍수 피해가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그때보다 피해가 크다고 보는 상인들도 많았다. 굳게 닫은 상가의 문은 범람하는 당진천 물에 쓸리면서 활짝 열려 있고, 곳곳에는 냉장고가 엎어진 채로 놓여 있었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당진 어시장은 전기를 차단한 탓에 보관 중인 어패류를 폐사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예 전기가 차단된 시장 쪽은 빠르게 복구가 되지 않아 빛이 들어오지 못해 상인들은 일찍이 작업도 하지 못했다.



당진천에서 넘어 온 진흙으로 인해 넘어지는 일부 상인도 있었으며, 시장 근처의 주택가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집에 고립됐다.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못해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장 내에 있는 당진할인마트 역시 피해가 잇따르며, 판매 물품이 바닥에 널브려 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지난해 침수 피해가 발생한 뒤 당진성결교회 옆에 배수펌프장을 당진시가 추진하고 있으나 행정 절차로 인해 현재 토지 매입을 완료하고 설계 단계에 있는 상태다. 또한 상습 침수 구역인 정보고등학교 앞에도 배수펌프장이 조성되고 있지만 행정절차로 늦어지면서 다시 또 피해가 반복됐다.

당진천 인근 지역 당진초로 대피
집중호우로 당진 지역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1차 임시 대피소로 지정된 당진초등학교 체육관에는 새벽부터 불안한 마음으로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른 아침, 당진초 운동장에는 차를 몰고 온 시민들의 차량이 여럿 주차돼 있었다. 체육관 입구에는 생수와 음료, 대한적십자사의 응급구호세트가 준비돼 있었고, 이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공무원과 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체육관 내부에는 재난 구호용 텐트가 설치돼 있었고, 그 안에는 침수 피해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이 잠시나마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직 잠들지 못한 이들, 아이들과 함께 대피한 가족, 반려견과 함께 이곳을 찾은 시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미 지역에서 당진초까지 오는 데 통제된 구간을 피해 오느라 평소의 3배에 달하는 3시간이 걸린 시민도 있었다.


“119 보트 타고 구조됐다
황정희 씨(사기소리1통)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마당으로 물이 들이치고 있었고, 바가지를 들고 물을 퍼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물은 부엌까지 차올랐고, 그는 결국 옷이 다 젖은 채 차 안으로 대피했다. 추위에 떨며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 뜨거운 물을 마시려던 찰나 119 구조대가 도착해 임시 대피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황 씨는 “이런 일은 평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윤미화 씨(용현동)는 “집이 조금 높아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새벽 네다섯 시쯤 무릎 위까지 물이 차올라 119에 전화했다”며 “119 보트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구조됐다”고 말했다. 윤 씨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너무 무섭다”며 “집 앞에 세워둔 차도 물에 잠겼고, 마을 전체가 붉은 흙탕물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온 박혜영 당진시 사회복지과장은 “새벽 2시부터 시민들이 대피소를 찾았고 많았을 때는 60여 명에 이르렀다”며 “당진초 체육관 외에도 각 읍면동 마을회관에 대피해, 신평면 스포츠센터에는 약 20명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진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인명 피해가 없도록 끝까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재민을 위해 대한적십자사 당진지구협의회가 봉사에 나섰다. 오전 8시부터 식재료를 준비해 오전 11시부터 150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제공했다. 김금자 실장은 “어르신들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일부 기사 사진은 독자가 제공했습니다
한수미·이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