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에도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김익진 씨
80세에도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김익진 씨

지난 5월 23일 당진교육청에서 진행된 ‘2025년 제1회 검정고시 합격증서 수여식’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올해 당진의 합격자 중 최고령인 80세의 김익진 씨였다. 그에게 고령임에도 검정고시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심심해서”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김익진 씨의 일터인 공인중개사 사무실(김익진 공인중개사 사무소) 곳곳에는 책이 쌓여 있었고,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김 씨의 공부는 단순한 시간 보내기가 아니었다. ‘심심해서’라는 그의 겸손한 표현 뒤에는 끊임없는 학습에 대한 의지와 성실함이 숨어 있었다.

"심심해서" 라지만….

“내가 지금까지 못 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운전면허증이 없고, 도박을 안 하고, 술을 안 마셔요.. 그러니 심심하죠. 그럴 때 멍하니 있으면 뭐 해요.”

김익진 씨에게 공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씨는 1972년 한자능력검정 1급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당시 김익진 씨는 공직에서 근무하다 대장암 판정을 받아 1년 일찍 퇴직했고, 치료를 병행하며 집에서 지냈다. 그러던 중 아리랑TV와 EBS 등에서 공인중개사 강의를 접했다. 이후 그는 약 5개 채널을 넘나들며 자다 깨다 틈틈이 1년간 TV 강의를 시청한 끝에 시험에 합격했다.

2006년, 김익진 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렸으며, 그곳은 일터이자 그만의 작은 독서실이 됐다. 이후 사무실에서 공부를 이어가 2016년, 71세 나이에 주택관리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겉으로는 ‘심심해서’라고 말하지만, 이런 과정을 보면 공부는 그에게 건전한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다.

“이 나이가 되니 허리도 아프고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아픈 걸 잊어버리죠. 공부하며 암기가 되면 그게 재미나요. 한자책을 보면 한자도 알게 되고요. 선량한 여가를 즐기는 거죠.”

김익진 씨 사무실에 놓여져 있는 김익진 씨의 책들
김익진 씨 사무실에 놓여져 있는 김익진 씨의 책들

"연상법으로 공부하니 효과적"

고령의 나이에도 배움을 즐길 수 있는 그만의 공부법은 바로 ‘연상법’이다.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닌, 단어를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뜻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걀을 뜻하는 ‘에그(egg)’를 외울 때, 그는 ”달걀이 깨져 옷에 묻었다. 이(e) 지(g) 지(g)라고 외운다“고 말했다. 한국사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영조 시대에 편찬된 책은 동국문헌비고, 정조는 동문휘고에요. 영조의 이름에 들어가는 ‘영’을 ‘길 령(영)’ 자와 연관 지어 책 이름도 길다고 생각하는 거죠. 동국문헌비고는 여섯 글자, 동문휘고는 네 글자. 영조는 길고 책도 길고, 정조는 짧다. 이렇게 연상하면 되잖아요.”

“독서백편 의자통이다”

연상법도 그만의 공부법이긴 했지만, 그걸 뒷받침한 것은 김익진 씨의 성실함이다.

“‘독서백편 의자통(讀書百編 義自通)’이라는 말이 있어요. 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을 안다는 옛말이에요. 500페이지짜리 기출문제집을 열 번 읽었죠. 첫 번째 읽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도 많고 읽는 데 한 달 걸렸는데, 그다음에는 3주, 일주일, 4일, 3일, 그렇게 점차 줄어들더니 마지막에는 하루 만에 쭉 볼 수 있었어요. 처음에 기출문제 볼 때는 40점밖에 안 나오더니 열 번쯤 읽으니까 80~90점이 나오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그는 한국사 100점을 비롯해 사회 96점, 도덕 96점 등 전 과목에서 고득점을 받으며 합격했다.

"자기 나름대로 방법 개발해야"

김익진 씨의 끊임없이 공부하는 모습을 본 주변 반응은 엇갈린다. 그는 “오히려 또래들은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시큰둥해 한다”며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잘했다고 박수를 쳐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검정고시 시험을 보고 아들과 답을 맞혀보니, 아들이 ‘이제 고등학교 졸업했네’라며 축하해주더라”며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마음 먹은 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억력도 떨어지고, 아픈 곳도 많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자기 나름대로 개발해야 해요. 그냥 책상 앞에 앉았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오래 공부하면 자기 나름대로 방식이 나와.”

김익진 씨가 공부하고 있는 한국사 책과 공책
김익진 씨가 공부하고 있는 한국사 책과 공책

"뭐하긴 뭐혀. 책 봐야지"

그의 다음 목표는 10월에 예정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다.

“멍하니 있으면 뭐 해요. 한국사 합격하면은 다른 거 할 것 있나 찾아봐야죠. 공부하면, 어지간히 암기가 잘 되는 날이 있거든요. 암기가 잘 될 때는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암기가 안 될 때는 ‘암기가 안 되는구나’ 싶은 생각에 그냥 쉬어요. 공부하는 것 별거 아니에요. 그냥 하면 되는 거에요. ‘내가 이런 것도 아네’ 생각 들고 재미있잖아요.”

마지막으로 김익진 씨는 인터뷰가 끝나면 뭘 할 것이냐고 묻는 물음에 ”뭐하긴 뭐해. 책 봐야지”라고 말했다.

>> 김익진 씨는

- 1946년 합덕읍 출생

-합덕초ㆍ합덕중 졸업

-1972년 한자능력검정 1급 합격

-2004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2016년 주택관리사 시험 합격

-2025년 검정고시 합격

-현 김익진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