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강면 송산리의 한 사과 농장 입구. ‘버미오차드’라는 간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사과 모양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벽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옆 건물 문 앞에는 어쩐지 농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청년 농부 성은영 씨가 환하게 웃으며 맞이한다.
“모르는 게 많고 수익도 잘 못 내는데 인터뷰 거리가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그는 배우고 겪고 부딪히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직업
성은영 씨는 합도초와 합덕여중ㆍ합덕여고를 거쳐 공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2021년 일을 그만두고 잠시 쉬기 위해 가족이 있는 당진으로 내려왔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농부의 꿈을 키워온 남동생 성기윤 씨가 “요즘 농업은 예전처럼 힘들지 않다. 정보도 많고, 누나는 판매만 잘하면 된다”며 설득했다.
하지만 성은영 씨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부모님이 사과와 밭작물을 함께 재배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라온 그는 농사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 오르는 농자잿값, 부족한 일손 등. 그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직업 1순위가 농부였다”고 말했다.
농사에 대한 틀을 깨고
그러던 그는 1년 동안 아버지를 도우며 농사일을 경험했고, 동생을 통해 여러 청년 농부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저보다 더 어린 나이에 농사를 시작한 분들도 있고, 여성 농업인도 꽤 많더라고요. 청년 농업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여러 청년 농부를 만나면서 그동안 제가 너무 틀에 박힌 시선으로 농업을 봤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그는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제조·유통·서비스·관광을 결합한 ‘6차 산업’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서울에서 보험회사 업무로 지쳐 있던 그는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 결과를 얻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며 결국 2022년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좌충우돌 꿈을 키우는 농부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첫해 사과 작황은 좋지 않았고, 다음 해 시작한 콩 농사도 실패했다. 그는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벌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가장 큰 고민이다. 벌어도 다시 투자해야 하니 “수입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도 성은영 씨는 멈추지 않았다.
“작년엔 하루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일한 것 같아요. 지금도 하루 5~6시간만 자면서 계속 일해요.”
애플버터와 사과즙을 만들어 팔고, 비급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또한 체험 농장은 지금 그의 새로운 무대다.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기보다 ‘이렇게 해야겠다’ 싶으면 바로 실행하는 편”이라는 그는, 아버지가 판매하려던 창고를 개조해 가족들과 함께 손수 공간을 꾸몄다. 허브, 옥수수, 블루베리 등 30여 종의 작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고, 지금은 10여 종으로 운영을 정리했다.

“농업의 새로운 트렌드 만들고 싶어”
은영 씨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체험 농장이 자리를 잡으면 건물을 개조해 농산물과 이를 활용한 베이커리를 함께 판매하는 마켓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농사보다 더 힘든 게 판매예요. 판매 때문에 고민하는 농부들이 주변에 많거든요. 저는 이 공간에서 당진 농산물을 알리고, 판매 고민 있는 분들이 함께 와서 판로를 열면 좋겠어요. 소비자는 좋은 농산물을 사고, 관련 먹거리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농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도전하기 전 반드시 경험부터”
마지막으로 그는 농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농업은 낭만적이지 않아요. 꼭 1~2년은 임대형 농장에서 직접 해봤으면 좋겠어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습이 중요해요. 또 다른 농업인들을 많이 만나서 현실적인 조언을 듣는 게 좋아요.”
특히 그는 “농사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설 농사에 뛰어들면 사기를 당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업자가 권하는 대로 덜컥 샀다가 나중에 필요 없는 장비라는 걸 알게 되면 더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당진시의 청년농업인 지원이 스마트팜에 집중돼 있다. 당진에서 사과와 같은 과수 농사를 짓고 싶어도 지원이 잘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가시는 분들이 있다”며 “노지작물, 과수, 밭작물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6차 산업을 목표로 하는 청년 농업인에게도 지원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위치당진시 우강면 은골1길 74-8 (버미오차드)
SNS인스타그램 @bummy_orch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