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에는 정미면 안국사지 배바위를 소재로 한 창작극 〈배바위의 전설〉을 올렸고, 올해는 합덕제를 배경으로 한 〈합덕별곡〉 (부제: 침은 조광일, 바늘 끝 신념)을 집필해 연극무대에 올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가 주최가 되어 자연·역사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 공연콘텐츠를 창작·제작해 선보인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 작업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사람, 자연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다시 숨 쉬게 하는 시도였다.
또한 이 두 작품은 결코 가볍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첫 시도였던 〈배바위의 전설〉은 준비 기간만 6년이 걸렸고, 올해 공연한 〈합덕별곡〉 또한 2년이 걸렸다. 창작 단계부터 무대 공연까지 이어가기 위해 필자는 충남문화관광재단의 지역특화 문화브랜드 기획지원 사업에 네 번 도전 끝에 올해 선정됐다. 이 사업은 일반 예술지원 사업보다 지원금이 많지만, 선정 과정은 그만큼 까다롭다. 10% 남짓한 경쟁률 속에서 선택받았다는 것은 창작의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예술인 개인의 성취를 넘어, 지역 문화자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 사례였다.
그러나 정작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씁쓸한 공백이 있었다. 단체의 홍보력 문제도 있겠지만, 당진시청 홍보팀의 카카오톡으로 송출되는 주간 당진시청 알리미 서비스 행태에 화가 치민다. 필자가 공연했던 지난 9월 셋째주 카카오톡 알리미 문자를 확인해 보시라. 그 알리미 서비스에는 당진문예의전당 공연일정 9월 셋째주 행사는 하나도 없다. 10월, 11월 심지어 12월 행사가 알리미 서비스 문자로 왔다. 주간 알리미 서비스라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연 자원을 개발해 관광지를 만들겠다”, “문화콘텐츠가 넘치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구호는 들려오지만, 정작 그 문화콘텐츠가 탄생한 현장에는 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걸 스스로 만든 것일 뿐.”“공연 한 편으로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나겠어.”이런 식의 인식이 이어진다면, 예술가들은 점점 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지역 문화콘텐츠 창작은 예술가 개인의 취미활동이 아니다.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다시 살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을 오늘의 관객에게 전해 주는 일이다.
문화도시는 거대한 축제 몇 개로 완성되지도 않고, 잘 꾸며 놓은 관광지 하나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문화도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현장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한 편의 공연, 한 줄의 대사, 한 장면의 눈물과 웃음이 사람들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행정은 이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 호흡할 때 비로소 문화도시라는 이름이 진정한 힘을 얻지 않을까?
합덕제에는 수리박물관이 있고, 그곳에는 역사를 알리는 담당자가 있다.그렇다면 합덕제를 무대로 한 이 공연 또한, 그 역사를 알리고자 만든 콘텐츠로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담당자가 객석에 앉아 보고, 함께 웃고 울며,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창작 콘텐츠가 어떤 가치를 갖는지 몸소 느껴봤으면 한다. 문화는 보고서로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현장에서 숨 쉬며, 함께 감동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문화도시를 꿈꾼다면, 그 첫걸음은 그 자리에 앉는 것이다.객석에 앉아 지역 예술인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외로운 싸움이 혼자가 아니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문화도시로 가는 출발점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