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대 취재 결과, 한국가스공사가 당진시와 약속했던 ‘지역업체 30% 참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는 지역경제 활성화 실적이 계획 대비 184%에 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은 29% 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이 29% 안에도 순수 공사 일감뿐 아니라 장비 임대료, 숙박비, 식사비 등 부대 비용이 섞여 있어 지역사회가 기대 한 실질적 효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가능한 한 지역업체를 활용했으나 LNG 기지 특수 공종의 특성상 기 술 요건과 가격 경쟁력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화려한 184% 실적, 실제 하도급은 29%
가스공사가 집계한 당진 LNG기 지 건설 총 계약금액은 1조 7560억 원이다. 이 가운데 하도급 계약액은 6635억 원이며, 지역업체가 차지한 금액은 1929억 원으로 전체의 29.1%에 그쳤다. 이는 당진시와 협의 당시 가스공사가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최소 30% 기준에도 미달하는 수치다. 당초 지역 사회는 초대형 국책 사업 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가 지역 업체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실제 결과는 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는 이번 공사에서 지역경제 기여액이 2308 억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 획했던 1254억 원보다 두 배 가까운 금액으로, 달성률은 무려 184%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건설 장비 임대료, 건설자재 구입비, 숙박 과 식사비, 단기 채용 인건비, 지역 물품 구입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 지역 업체가 실제로 수주해 공사를 수행한 하도급 금액뿐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소비 비용까지 실적으로 잡아 부풀린 셈이다.
또한 순수하게 당진 지역업체가 직접 수행한 하도급 금액만 계산하면 961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실적은 계획 대비 107% 수준에 머문다. 화려한 성과로 발표된 184%라는 숫자 뒤에는 밥값과 숙박비까지 포함된 계산 방식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외지기업이 지점 내고 지역업체 둔갑”
전문건설협회 당진시지회 관계자는 이러한 실적 산정 방식뿐 아니라 지역업체의 범위와 자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업체로 분류된 기업 중 신두건설(주), 한두건설(주), 라온종합환경 등 세 곳은 본점이 각각 서울과 대전, 세종에 있는 외지기업이다. 이들은 본사가 아닌 지점을 당진에 신설해 공사에 참여했는데, 법적으로는 지역업체로 인정되지만 도의적으로는 지역업체라 보기 어렵 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이들 세 기업이 수주한 도급 금액은 약 340 억 원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위원회가 열릴 때 마다 수차례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협회는 더 이상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에 한두건설 측과의 통화에 “본점은 대전에 있지만 당진에 지점을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점 주소 확인 요청에는 “확인 후 연락하겠다”고 답한 뒤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가스공사 “현실적으로 역량, 단가 등 어려워”
가스공사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한다. 가스공사 측은 “가능한 한 지역업체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LNG 기지는 특수 공종이 많아 기술적 요건과 안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 다”며 “무조건 30%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지역업체는 외부보다 높은 단가를 불러 계약 과정에서 곤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공정상 지역업체를 쓸 수 밖에 없는 경우에도 높은 단가 때문 에 본사와 시공사 모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이처럼 지역업체 역량 부족과 단가 경쟁력 문제로 인해 약속한 기준 을 지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성과 포장일 뿐, 상생은 없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반응은 싸늘 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84%라는 숫자는 언뜻 보면 대단한 성과 같지만, 실제 지역 업체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며 “주민들이 기대한 것은 숙박비나 식사비 같은 부수적 지출이 아니라 실제 일감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조 단위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에서 지역 종합건설사의 참여는 한창건설, 서강건설, 삼주종합건설 세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전국 단위 대기업과 그 들의 협력업체가 차지했다. 업계는 “실질적인 상생은커녕 형식적인 실적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행정의 공백, 책임은 어디에
당진시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진시 미래에너지과 담당자는 “LNG 건설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부서는 맞지만, 세부적인 하도급 현 황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 같은 행정의 공백이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 한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업은 그대로 사업을 이어가는데, 공무원 담당자와 팀장이 자주 바뀌면서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협회가 현황을 설명해 주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협회 관계자의 이 말은 지역 업체 보호가 사실상 방치돼 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공사업의 관리 책임을 지는 행정이 오히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지역 사회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적 문제와 개선 과제는
이번 논란은 당진 LNG기지 사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형 공공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첫째, 약속 불이행 문제다. 발주처와 지자체가 협의해 합의한 참여율이 선언에 그치고 실제로는 지켜지 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 성과 부풀리기 문제다. 간접 지출까지 실적으로 포함시켜 화려한 숫자를 만들어내지만, 실제 지역 업체의 체감 성과는 미미하다.
셋째, 외지기업 편법 문제다. 본점이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이 지점을 세우는 방식으로 지역업체로 둔갑해 참여하면서 진정한 상생 취지가 흐려진다.
넷째, 행정의 공백 문제다. 담당 공무원의 잦은 교체와 부실한 관리가 문제 해결보다 불신을 키우고 있다.
다섯째, 지역업체 역량 문제다. 기술·안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단가 경쟁력에서 밀리는 현실이 공사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와 업계는 몇 가지 개선책을 제시한다. 지역업체가 특수 공종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교 육과 장비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지점만 둔 외지기업을 지역업체로 인정하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도급 실적과 자재· 숙박비 같은 간접 지출을 구분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공사 일부를 지역업체 전용으로 배정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공무원 조직이 잦은 인사로 흔들리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성과가 아닌 상생으로 가야
당진 LNG기지 건설사업은 겉으로는 ‘184% 성과’라는 화려한 수치를 내세웠지만, 그 뒤에는 30% 약속 미달, 실적 부풀리기, 외지기업 편법 참여, 행정의 공백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가스공사는 기술 요건과 단가 문제를 이유로 들며 현실적 한계를 강조하지만, 지역 사회는 “진정한 상생은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역 사회가 바라는 것은 숫자에 불과한 성과가 아니라 실제 지역업체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회와 일감”이라며 “이제는 수치로 포장된 성과를 내세 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약속을 이행 하고 진짜 지역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