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정부의 농정 실패로 인한 농민 피해가 다방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의 선물’ 가루쌀, 87%가 창고 신세… 보관비만 연 15억

윤석열정부가 ‘신의 선물’이라며 육성을 독려했던 가루쌀(분질미)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 2만704톤 중 소비량은 2622톤(1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가 부진하다 보니 1만8082톤이 창고에 보관 중이며, 보관비용만 매달 1억 2500만 원, 연간 15억 원이 낭비되고 있다.

사업예산은 2023년 71억 원에서 2024년 168 억원, 2025년 193억 원으로 급증했다가 내년도 정부안은 전년대비 절반 가까운 101억 원으로 책정됐다. 재배면적 역시 올해 1만6000ha에서 내년 8000ha로 절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가루쌀 정책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2023년 쌀 수급안정 등을 이유로 가루쌀을 전략작물직불제 품목에 추가하면서까지 재배를 적극 장려했으나 정작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정부 매입이 장기보관 구조로 전락한 셈이다.

논콩도 재고 8만톤 돌파… ​​​​​​​보관비 연 53억

논콩도 사정은 비슷하다. 논콩재배 확대정책으로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생산량이 2023년 14만1500톤에서 2025년 17만8000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보관량은 7만9020톤에 달하며 보관비용은 매달 4억 4천여만 원, 연간 약 53억 원에 이른다. 최근 5년간 국산콩 보관량은 2020년 8192톤에서 2025년 8월 기준 7만9020톤으로 약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1129억 투입했지만… ​​​​​​​친환경 농가 5년새 1만호 감소

지난 5년간 정부가 친환경농업 직불금으로 1129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친환경 인증 농가는 2020년 5만9249호에서 2024년 4만 8668호로 1만 581호(17.9%) 감소했다.

인증 면적 역시 같은 기간 8만1826헥타르에서 6만8165헥타르로 1만3661헥타르 줄어들며 전체 경지 면적의 4.5%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정부가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에서 올해 목표치로 제시한 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농업 소득은 일반 농업의 70% 수준에 그쳤으며, 공익직불금 수급 검증 강화로 임차 농가가 인증 취소를 강요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인증 제도의 관리 부실도 심각하다. 지난 5년간 8304건의 인증이 취소됐으며, 같은 기간 1012건이 번복되는 등 행정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됐다. 인증 취소가 농가 생계에 직결되는 만큼 절차적 정밀성과 공정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살처분 현장 3만 5천명 투입… ​​​​​​​심리치료 지원은 단 1명

가축방역 현장의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5년간 가축 살처분·매몰 현장에 총 3만 5187명이 투입됐지만 사후 심리치료를 지원받은 사례는 2021년 전남 영암군에서 가축방역관 1명에게 국비 56만 9000원이 지급된 것이 전부였다.

정부는 연간 2000만 원의 심층치료 예산을 편성해두고 있지만 실제 집행은 거의 전무하다. 현장 인력 상당수가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는 데다 정책 홍보예산조차 따로 편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2017년 살처분 참여 인력의 트라우마·우울 위험을 지적하며 심리치료 강화를 권고했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방역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도 꾸준히 이어졌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역 인력의 안전사고·부상 사례는 총 45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공수의는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 인력의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전국 43개 방역 현장사무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9곳에는 여성 전용 탈의실과 샤워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가축방역관 5년새 25% 감소… “줄퇴사” 심각

지원 미비와 근무여건 악화로 인해 방역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축방역관은 2020년 975명에서 지난해 734명으로 241명(25%) 감소했고, 공중방역 수의사와 공수의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가축방역 인력은 같은 기간 2,688명에서 2,330명으로 358명 감소했으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무기계약직 인력은 5년간 359명이 퇴사하는 등 정원 미달이 지속되고 있다.

충남 해양쓰레기 전국 3위인데… 전용 수거선 ‘0척’

해양환경 관리도 허점이 드러났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5년간 총 4648억원을 해양폐기물 정화사업에 투입했으며 이 가운데 835억 원은 연근해 어장 생산성 개선사업에 사용됐다.

지자체별 해양폐기물 수거량은 제주(49만3778톤)가 가장 많고, 이어 전남(19만7033톤), 충남(6만7943톤), 경남(5만2500톤), 경북(4만5823톤)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부산(1척), 인천(1척), 경기(1척), 전북(1척), 전남(5척), 경남(2척), 경북(1척) 등 대부분의 시‧도가 전용수거선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충남은 연간 해양쓰레기가 1만 8천톤이 발생하는데 이중 약 1만 3천톤을 수거하고 5천톤 이상을 수거하지 못하는 상태다.

전국 3위의 해양폐기물 수거량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용 수거선이 전무한 유일한 광역지자체로 확인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폐어망·폐어구 등 해양폐기물이 선박 추진기에 감겨 항해가 불가능해지는 '부유물 감김 사고'의 경우, 최근 2년간(2023-2024) 80건 이상이 보고됐다.

반입금지 농축산물 급증… 미신고 적발 8배

해외 여행객이 반입하는 금지 농축산물도 급증세다. 상위 10개 주요 휴대축산물(육류, 육가공품 등)은 2022년 대비 2024년에 73% 증가했으며, 과실류·채소류는 같은 기간 102% 증가했다.

특히 돼지고기(돈육)는 2024년 한해에만 15,200건이 검역돼 전체 반입금지 축산물의 5만5542건 중 27.4%를 차지했으며, 오리육은 2022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신고 반입이다. 미신고 후 반입된 축산물의 적발 건수는 2022년 11건에서 2024년 100건으로 약 9배 증가했고, 적발된 수량은 13.5kg에서 890.1kg으로 약 65배 폭증했다.

과일과 채소류 등 반입금지 농산물의 미신고 적발도 같은 기간 974건에서 1,748건, 적발 수량은 2만3124kg에서 4만7311kg으로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여행객이 반입하는 육류, 과일, 채소 등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치명적인 가축전염병과 외래 병해충의 주요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 특히 일부 바이러스는 가열·가공 후에도 생존가능하기 때문에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폐기되지 않으면 농축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오락가락 농정 중단하고 종합 대책 마련해야”

어기구 의원은 “정부를 믿고 가루쌀과 논콩 재배에 투자한 농민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막대한 세금을 투입했음에도 친환경 농가는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육 밀도가 높은 국내 축산 환경에서 가축전염병은 한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지만 방역을 책임지는 가축방역관들은 낮은 처우, 안전사고, 심리적 트라우마 속에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양환경 관리와 검역 체계에도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어 의원은 “오락가락하는 농정으로 인해 더 이상 피해보는 농민들이 없도록 정부는 조속히 수급관리와 소비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가축방역관 처우 개선, 친환경 농업 활성화, 충남 전용 수거선 도입, 검역 강화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해 농민과 축산농가가 안심하고 영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