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산업 근대화 시기에는 경제적 풍요가 부족해 문화 향유가 일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는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생활문화’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제 문화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문화는 단순한 여가나 오락이 아니다. 1948년 12월 UN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이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하며, 과학의 진보와 그 혜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또한 유엔 산하의 기구인 유네스코(UNESCO)도 <세계문화보고서>에서 문화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정치·경제·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3년 12월 <문화기본법>을 제정해 문화의 창조와 참여, 향유를 국민의 권리로 보장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제 문화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영역이자,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권리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는 문화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언제, 어디서든 향유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화 향유의 기회는 어떠한 사회적·경제적·교육적 조건에 의해서도 제한되거나 불평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흔히 정부의 정책사업인 ‘혁신도시’를 경제 활성화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 그러나 도시 발전은 경제 성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교육, 보건, 정보,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문화는 사회적 격차를 완화하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핵심 자원이다. 혁신도시 유형 중 하나가 ‘교육·문화도시’로 지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도시 혁신의 진정한 핵심은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문화적 혁신에 있다. 따라서 지자체의 문화정책은 단순한 축제 개최나 문화 활성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과정일 뿐, 최종 목표는 문화를 통해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혁신하는 데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당진시의 문화정책은 어디에 서 있는가? 시민의 문화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 문화를 도시 혁신의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시민과 함께하는 협치, 즉 문화 거버넌스를 실현하고 있는가?

현실은 아쉽다. 시민의 권리를 반영하지 못한 정책과 사업, 지속가능성 없는 단발성 축제, 지역 고유성을 살리지 못한 콘텐츠 등은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계는 결국 당진의 문화적 브랜드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앞으로 당진시가 나아갈 길은 분명하다. 문화를 시민의 기본 권리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며 도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단발성 행사를 넘어 지속가능한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발전시키며,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문화는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를 혁신하는 힘이다. 이제 당진은 문화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인식하고, 진정한 ‘문화도시’로 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