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심훈학회 학술대회가 지난 16일 당 진 심훈기념관 상록수문화관에서 열렸다.

‘문학적 자각과 콘텐츠 서사 전략: 계몽기 텍스트에서 웹소설 플랫폼까지’를 주제로 열 린 이번 학술대회는 (사)심훈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한기흥)와 심훈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전국 주요 대학의 문학 연구자와 지역 문학인, 문화기획자 등이 참석해 근대 문학의 자각 정신과 오늘날 콘텐츠 산업의 서사 구조를 폭넓게 탐구했다.

심훈 선생의 문학정신이 시대를 넘어 어떻게 계승되고 확장될 수 있을지를 살펴본 이날 행사는 ‘문학의 사회적 책임’과 ‘콘텐츠 의 윤리적 감수성’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참가자들은 “근대의 계몽 서사에 서부터 웹소설의 디지털 내러티브에 이르기 까지, 문학적 자각은 여전히 인간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대 지식인의 ‘병 서사’, 자아의 각성을 드러내다

첫 번째 발표에서 박성호(경희대) 교수는 「그들은 왜 병으로부터의 치유를 회피하는가」를 주제로 1910년대 지식인 문학에 나타 난 ‘질병 서사’를 집중 분석했다.

박 교수는 신소설과 번안소설 속 ‘병의 모티 프’가 단순히 신체적 고통을 묘사하는 데 그치 지 않고 근대 지식인의 내적 분열과 사회적 긴 장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작가들은 병의 극복이 아니라 ‘병의 지속’을 통해 근대적 자아의 고통과 각 성을 표현했다”며 “이때의 병은 사회적 모순 속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했던 윤리적 불안의 표상이었다”고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남현지(동국대) 교수는 “질병의 은유는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식민 근대화 과정에서의 사회적 욕망과 도덕적 균열을 투영한 문화 코드로 읽힌다”며 “병 을 통한 자각은 근대 지식인의 존재론적 물음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문학의 자각’이 단순한 개인적 감정의 문제 가 아니라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사회적 인식의 과정임을 강조했다.

‘여성지식’의 출발, 근대계몽기 여성지의 의미 재조명

이어진 두 번째 발표에서 박수빈(고려대) 연구자는 「근대계몽기 여성지(詩/知)의 시 작」을 주제로 초기 여성 잡지와 여성 독립문 학에 나타난 ‘여성 주체 형성’을 조명했다.

그는 가명잡지, 부인유학습, 자선문익잡지 등 1900년대 초반 계몽기 텍스트를 분석하 며 여성의 교육과 지식이 ‘국가적 구원’의 서 사와 맞물려 발전한 과정을 설명했다.

박 연구자는 “당시 여성 담론은 남성 지식 인에 의해 주도된 계몽 담론의 일부로 보이지 만 그 속에서 여성들은 스스로를 지식의 주 체로 호명하고 언어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려 했다”며 “이는 단순한 계몽이 아니라 자각의 정치적 실천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 이성주(동국대) 교수는 “기독교 윤리와 동아시아적 가치가 혼합된 담 론 속에서 ‘여성 주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 명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크다”며 “근대 여성의 자기 인식은 당대의 지식체계와 맞서 싸운 또 하나의 저항 서사였다”고 평했다.

심훈의 작품 속 여성상이 지닌 사회적 역 할과도 맞물린다. 심훈이 <상록수>를 통해 여 성 교사의 희생과 헌신을 ‘자각의 상징’으로 그려냈듯 학술대회는 그 연장선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와 주체 형성 문제를 새롭게 해석 했다고 설명했다.

악(惡)의 미학과 구원의 서사, 웹소설에서 되살아나다

마지막 발표는 전훈지(고려대) 연구자가 맡 아 「세상을 구원하는 절대악(惡)의 향연」을 주제로 현대 콘텐츠 속 ‘악의 서사 전략’을 분석했다.

그는 웹소설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일타강사 백사부」, 「마존천재강림기」 등의 사례를 통해, ‘악’이 더 이상 단순한 부 정적 가치가 아니라 서사 구조를 확장시키는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짚었다.

전 연구자는 “근대문학이 선악의 대립 속에서 도덕적 구원을 이야기했다면, 오늘날의 콘텐츠는 악을 통해 윤리의 경계를 재해석하 고 구원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며 “이는 문학적 자각이 디지털 내러티브로 진화한 사례”라고 말했다.

토론자 정다움(동국대) 교수는 “웹소설의 악 서사를 근대문학의 윤리 구조와 연계한 시도는 문학의 전통과 디지털 플랫폼이 만나 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근대문학이 사회적 윤리를 성찰했다면, 현 대 콘텐츠는 개인의 욕망과 정체성을 통해 새로운 ‘도덕의 서사’를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심훈 정신, 문학과 콘텐츠를 잇는 다리로

이번 학술대회는 심훈이 평생 추구했던 ‘문학의 사회적 책임’과 ‘인간 내면의 자각’을 오늘날 콘텐츠 산업의 언어로 재해석한 자리 였다.

한기흥 심훈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계몽기에서 웹소설 플랫폼까지, 문학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과 사회를 비추 는 거울임을 다시 확인했다”며 “심훈의 문학 정신을 오늘의 창작 환경 속에서 새롭게 계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와 토론자로 나선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심훈의 정신은 단순히 과거의 기념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 시대에 ‘문학적 자각’을 되살리는 동력”이라고 강조하며 학술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