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기획 기사 ‘기후위기 변화의 기로’는 중부일보, 낭주신문, 인천일보, 당진시대 등 일간지 와 주간지가 함께 참여한 공동 기획 취재입니다. 이 기획을 통해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기후 변화로 영향을 받은 국내 및 해외의 기후위기 사례를 보도 합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단순히 환경운동 가들만 소속된 단체가 아닙니다. 어린아이부 터 학생, 청소년, 성인, 노인까지 모든 세대의 시민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 기후위기와 싸우는 단체입니다."
지난 8월 19일 스페인 안달루시아주 말라 가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기후환경단체 ‘미 래를 위한 금요일 말라가(Fridays For Future Malaga·FFF)’의 마리나 가르시아 씨와 이사벨 에르모소 씨는 이같이 말했다.
마리나 씨와 이사벨 씨는 FFF의 핵심 관계자가 아닌 평범한 회원이다.
취재진은 지난 6~7월 FFF와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면서 FFF의 대표 등 핵심 관계자를 여러 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수평적인 단체이므로 모두 똑같은 지위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일관된 답변만 돌아왔다.
늘 언론사 인터뷰는 단체의 대표를 상대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생각은 FFF 앞에서는 고정관념, 취재진의 편견에 불과했다.
마리나 씨는 이날 공동취재팀에게 “민주 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항상 시 민들과 함께 고민해 결정한다”며 웃음을 지 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활동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FFF는 말라가 외에도 스 페인 여러 곳에 분포돼 있다. 기후위기를 극 복하기 위해 다른 도시와 힘을 합치는 등 연합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은 지속가능한 운송수 단을 이용하는 날로, 말라가 길거리를 가보 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FFF 말라가 회원들 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딱딱한 상하 체계로 이뤄지지 않아 내부 분위기도 한결 부드럽다. 매일 새로운 말라가 시민들이 FFF의 활동에 쉽게 참여하 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내 “아래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 켜야 한다”고 강조한 이들이었다. 환경단체 안에서의 민주적 절차를 중요시한 FFF 말라 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국토 75%가 사막화…농작물이 수질 부족 초래
스페인은 사막화 문제가 심한 국가로 꼽힌 다.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에 따르면 스페인 국토의 약 75%가 사막화 위기에 처해 있다.
여타 유럽 국가에 비해 기온이 높은 이유 도 있지만,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지하수 고 갈로 인해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리나 씨는 스페인이 늘 물 부족,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해양도시 말라가 에서도 올해 초 급수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샤워를 하 지 못해 한동안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 다. 우려만 했던 게 현실화하니 사람들의 경 각심도 한껏 높아졌다.
그는 “아직 스페인 청년들이 사막화 문제 에 큰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급수 중단 등 물 부족으로 인한 사태가 벌어질 때 만 반짝 관심을 받을 뿐”이라며 “사막화 문제 를 어떻게 시민사회 차원에서 여론을 모으고 해결해 나갈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말라가는 원래 올리브, 밀, 레몬 등을 재배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이들 을 철거하고 아보카도, 망고 등의 수익성이 높은 작물로 대체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고 한다.
특히 아보카도는 농작물 중에서도 물 사용 량이 가장 많은 과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수질 부족 문제가 더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FFF는 사막화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이 메말라 버린 땅 위에 서 죽은 시체 퍼포먼스를 보여줌으로써 말라 가를 넘어 스페인 국민들에게 심각성을 일깨 워준다.
"세계적 관광지이지만, ‘지속성’에는 의문"
말라가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에서도 해양 관광 도시로 유명한 도시다. 하지만 부작용 도 뚜렷하다. 실제로 말라가는 스페인 중에 서도 거리 청소에 투자하는 지출액이 가장 많을 정도로 환경 정비가 우수한 도시로 꼽 힌다.
반면에 바다 오염은 심각하다고 한다. 주 로 외국 관광객들이 방문하다 보니 바닷가에 서 놀다가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사벨 씨는 “관광의 지속성이 담보되기 위해선 해양 오염, 수질 부족 문제를 가장 우 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도심 에서 나가는 하수 처리장은 낙후된 시설로 기능도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라고 비판했 다.
마리나 씨는 “말라가 인근에 위치한 ‘네르 하(Nerja)’라는 도시에 있는 ‘마로-세로 고르 도’라는 절벽은 자연 보호구역임에도 관광객 들이 오염 물질을 투기하거나 불법 어업 활 동까지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FFF는 이를 해결하고자 안달루시아 주정 부와 말라가 시정부에 지속적으로 항의 목소 리를 내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기후위기를 이겨낼 것"
마리나 씨는 ‘말라가에 기후환경단체가 필 요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아래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결국 기후위기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말라가가 스페인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낮은 도시 중 하나예요. 여타 유럽 도시들에 비해 청년들의 환경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시민들을 대상으 로 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있죠. 노력이 배신 하지 않았던 덕일까요. 예전보다 FFF 말라가 를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어요.”
이사벨 씨는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를 외 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소 비 패턴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플라스틱 등 재 활용이 어려운 물품을 무심코 사용하지는 않 았는지, 신재생에너지를 쓰려는 노력 없이 편하게 화석 연료만 찾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여정이 남아 있다. 특히 지자체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리나 씨와 이 사벨 씨를 비롯한 말라가 FFF는 해양 폐기물 문제와 화석연료 대체제 사용책 등에 대한 주문을 이어가고 있다. 사막화 방지책의 일 환으로 숲 복원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마리나 씨와 이사벨 씨는 “오늘도 ‘최악의 기후 재난을 피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환경운동에 힘쓰고 있 다”며 “FFF 회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함 께 안달루시아 주정부와 말라가 시정부의 변 화를 도모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동취재팀 # 공동취재팀 - 중부일보 노경민・김유진, 태안신문 김 동이 기자, 낭주신문 노경선 기자, 인천일보 김혜진 기 자, 당진시대 이지혜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