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전통시장 정비사업이 철거 예정 단계에 접어들면서 상인들 사이에서 불안과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 곳곳에서는 이미 철거 준비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전 대상인 상인들은 임시시장 환경의 미비, 정비 후 입점 조건의 불투명성, 시와의 소통 부족 등을 이유로 “이대로는 이전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상인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오는 이야기는 “너무 급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이다.
상인들은 “시는 계속해서 ‘나가라’ 고만 할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준비 사항을 안내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일부 상인은 담당 부서와 연락도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그동안 담당 자와만 소통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 설명도 없이 ‘철거가 시작되니 빨리 나가라’는 이야기만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시시장 “열악하고 업종과 맞지 않아”
상인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문제는 임시시장이다. 임시시장에는 업종별로 구분된 냉장·냉동 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서로 다른 온도를 요구하는 업종끼리 공동 사용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불만이 많다.
한 수산물 상인은 “수족관을 옮겨야 영업이 가능한데, 임시시장은 수족관을 놓을 공간도 부족하고 설비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냉장고 하나를 여러 명이 함께 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업종에 따라 온도도, 보관 방식 도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보안 문제도 제기됐다. 문을 닫을 수 없는 구조, 야간 보관의 어려움, 겨울 난방과 여름 냉방 대책 부족 등이 상인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임시시장은 하루 이틀 장사하는 공간이 아니라 몇 개월, 길게는 일년 이상 머물러야 하는 곳”이라며 “현재 수준으로는 정상 영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점 조건 설명 없어 불안”… 문서 없는 기부채납 구조에 의문 제기
정비 후 새 시장에 입점하는 방식도 상인들이 가장 크게 불안해하는 지점이다. 현재까지 상인들에게 제공된 문서 자료는 없으며 금액·면적·배정 방식 등이 모두 구두 설명에 머물러 있다.
남아있는 상인들은 “평당 850만 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식 문서가 없어 정확한 기준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또 “20년 무상 사용이라는 설명도 들었지만 실제 계약서나 세부 조건이 공개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인들은 특히 불안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정비가 완료되면 다시 본 시장으로 들어갈 계획이지만 어떤 공간을 배정받게 되는지, 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지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며 “사업이 길어질수록 생계 부담도 커진다”고 말했다.

조합법인 측 “기부채납은 상인 보호장치”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법인 관계자들은 사업의 취지를 거듭 설명하며 상인들의 우려를 이해하면서도 “기부채납 방식은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정제의 전통시장상인회 회장이자 정비사업(주) 대표는 “상인들이 보상만 받고 나가면 생업을 이어갈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건물을 지어 시에 기부하고 상인들이 일정 기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반분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존 상인 만으로는 상권이 유지되기 어렵다. 젊은 층과 다양한 업종이 함께 들어와야 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새 건물 설계도 이러한 방향을 고려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침수 대책 역시 이번 사업의 중요한 요소다. 새 건물은 기존보다 약 60cm 높게 건축될 예정이며, 중앙 통로는 넓게 확보해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당진시 “안전 문제로 철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행정 주체인 당진시는 시장 건물의 노후화와 안전 문제를 철거 추진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시는 기존 전통시장이 오랜 기간 방치되며 전기·배관·구조 등에서 안전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비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또한 구체적인 일정 안내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인허가가 완료돼야 공사 시기와 준공 일정을 확정할 수 있다”며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미리 제시하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임시시장과 관련해서는 상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냉장·냉동 시설을 추가 확보하고 일부 구조를 조정했지만, 건축법과 안전 기준을 벗어나는 변경은 어려웠다는 점을 밝혔다.
당진시 시장지원팀 관계자는 “이전이 늦어질수록 철거와 신축 일정이 모두 지연되고 이미 자발적으로 이전한 상인들의 피해도 커진다”며 조속한 협조를 당부했다.

상인들의 혼란 커져…“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정비사업과 관련한 설명이 상인회와 법인‧당진시로 나뉘어 전달되면서 상인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시에서 말하는 내용과 추진 법인에서 말하는 내용, 상인회에서 듣는 내용이 모두 달라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상인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미 임시시장이나 별도 임대 공간으로 이전한 상인들은 “남아 있는 상인들 때문에 전체 일정이 지연 된다”고 주장하지만, 남아 있는 상인들은 “문서와 일정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나가라는 요구는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공식 문서·일정·설명회” 요구 높아져
정비사업은 시장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권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라는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상인들은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상인들은 “언제 철거가 시작되고 언제 새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비용과 조건은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알려달라”며 “말로만 설명하는 방식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법무사 관계자는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행정·법인·상인 3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 소통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공정한 절차, 투명한 문서, 정기 설명회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정비사업도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비사업은 시장의 미래 경쟁력뿐 아니라 수십년간 생계를 유지해온 상인들의 삶이 걸린 문제다. 세 주체의 입장이 엇갈리는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투명한 절차와 신뢰 회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