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지성 학생과 턱을 괴고 있는 압둘레만 학생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지성 학생과 턱을 괴고 있는 압둘레만 학생

“래퍼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있었다. 지난 2019년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원당중학교 1학년이었던 압둘레만 학생과 원당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지성 학생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있다. <당진시대 제1282호 “우리의 꿈은 래퍼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음악에 대해 그리 진지한 마음도 아니었고, 두 학생은 서로 가깝지도 않았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두 학생은 음악적으로 성장해 지난 9월에는 함께 앨범 ‘19’를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으로 우울감 극복

스무 살인 압둘레만 학생은 당진초·원당중·서야고를 졸업하고 현재 신성대학교 소방방재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파키스탄 출신 아버지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가 비자 문제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그는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압둘레만 학생은 “아버지가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보며 나 역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는 사실을 처음 인지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계속 음악을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한국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울감을 겪었던 그는 힘든 마음을 ‘음악’으로 붙잡았다.

“음악이 저를 구원했다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음악에 진심이었고,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것은 오로지 음악이었어요. 불안했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죠.”

이후 그는 학교 공부 시간 외 대부분을 음악에 몰두했다. 중학교 2학년 재학 당시에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재미 삼아 지원하기도 했다. SNS를 통해 지원 영상이 화제가 되며 영상 심사를 통과해 방송에 출연하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거리 문제와 부담감으로 결국 참여하지는 못했단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과 교류하게 됐고, ‘check out nomey’라는 작업 곡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반응을 얻으며 래퍼로서 점차 성장해갔다.

인디음악 접하며 변한 음악성

이후 예상치 못한 대학 진학을 준비하게 되면서 학교 친구들과의 교류도 늘었다. 그는 “이전에는 힙합 관련 친구들과만 어울렸는데,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며 평범한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인디밴드 검정치마, 실리카겔 등의 새로운 음악을 접하며 시선이 바뀌었다.

“이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자극적인 가사보다 사랑과 철학을 담고, 얼굴보다 음악을 남기려는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이를 통해 그는 얼굴이 잊히더라도 음악이 오래 남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

지난해 첫 앨범 ‘BUCK ZESTY’ 발표

한지성 학생 역시 그간 변화의 시간을 거쳤다. 원당초·원당중을 졸업한 그는 홍성의 K-POP고등학교 랩과에 진학했다. 지성 학생은 “이전에는 래퍼가 되겠다고 말만 했지,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당진정보고와 K-POP고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K-POP고를 선택했다. 그러나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 차이를 느끼며 학교와 음악을 그만두려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진학 전 자퇴서를 제출하고, 과거에 다니던 연기 학원을 다시 찾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배우는 시간에도 ‘이 시간이면 곡을 몇 개는 만들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음악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이후 선배들의 졸업식에서 교사를 만나 “염치없지만 자퇴서를 찢어달라”고 부탁했고, 교사는 “아직 처리하지 않았다. 돌아와 줘서 고맙다”며 지성 학생을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지성 학생은 이를 계기로 “내 모든 걸 음악에 맡겨보자”고 결심했다. 압둘레만 학생을 따르며 실력을 키웠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앨범 제작비를 모아 지난해 첫 앨범 ‘BUCK ZESTY’를 발표했다고.

뮤직비다오 촬영 현장
뮤직비다오 촬영 현장

“함께 작업하는 게 일상”

각자의 성장과 함께 두 사람의 관계도 달라졌다. 지성 학생은 “6년 전 당진시대와의 인터뷰 당시에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 그렇게 친하지않았다”고 말했다. 압둘레만 학생 역시 “지성이가 장난이 많고 예의가 없다고 느껴졌고, 음악적으로도 교류할 생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인연을 이어온 이유는, 당진 지역에서 랩과 음악을 하는 또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그러나 지성 학생이 고등학교 진학 후 음악에 진지해지며 상황은 달라졌다. 매일같이 찾아와 함께 작업하고 조언을 구했다.

이 둘은 “이제는 마치 부부같이 느껴진다”며 “매일같이 만나면 노래를 부르고 작업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작업은 지난해 9월 공동 앨범 ‘19’로 이어졌다. 현재 19세인 한지성 학생과, 19세의 시기를 지나 변화를 겪은 압둘레만 학생의 경험과 감정이 앨범에 담겼다. 두 학생은 앨범 발매 당일 삽교호 관광지 버스킹을 시작으로 지역을 돌며 직접 관객을 만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짧고도 긴 시간 음악과 함께 성장해온 두 학생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한지성 학생은 “랩스타가 돼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다”며 “부모님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앨범 제목도 ‘랩스타’”라고 전했다.

압둘레만 학생은 “나와 같은 미등록 이주 아동이 전국에 약 1만 명 정도 있다고 들었다”며 “부모님의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압둘레만 학생과 한지성 학생의 공동 앨범 ‘19’에 수록된 곡들은 사운드클라우드, 벅스 등의 음원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