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제각각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가

하나이지요

아침이면 발갛게 바다를 물들이며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곳,

바닷가 바위 많은 산자락에 수줍은 새악시처럼 다소곳이 앉아있는 사찰.

보덕사는 바위산 앞턱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곳에 찾아갔을 때는

불사 한 채를 새로 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일하는 인부들을 위해 찹쌀로

부침개를 하고 있던 정안스님이 합장을 하고 맞아주었다.

이라크전에, 북한

핵문제에,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세상에 차 한잔을 마시며 앉아있는 정안스님의

모습은 맑고 고요했다.

“불이(不二)라고 하지요. 자연과 내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지요. ” 정안스님은 차분차분

말을 이었다.

좪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남을

해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모두 제각각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가 하나이지요.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네가 사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없어지면 나머지 하나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요 진리지요.

세상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는데 그것이 식물이건 동물이건

간에 이들 모두가 우리와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보살펴 주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라크전같은 끔찍한 일은 어떤 이유에서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끝이 없습니다. 미국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해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일은 결국 자신의 살을

깎아내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모든 것이 무명에서부터 벌어진 일입니다. 인간의

고뇌와 슬픔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되서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짐으로써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일시일시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점검하고 사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지요. 좫

얼마 뒤면 부처님오신날이다.

이 날에는 어두운 마음을

밝게 하는 등불, 깨우침, 자비, 참회의 등을 달고 점등식을 한 후에

보덕포로 제등행렬을 나간다.

사람들마다 자신의 마음을 환히 밝힐 수 있는 마음의

등불 하나씩을 준비하고, ‘나’라는 생각보다는 ‘우리’라는 생각, 둘이

아닌 하나(不二)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되기를

정안스님은 바라고 있다.

보덕사를 나오면서 초록의 나뭇잎 사이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이 푸르렀다.

어렸을 적 하늘이 왜 파랗고 바다가 왜 파란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었다. 하늘에 바다가 비치고 바다에 하늘이 비쳐

파랗다고.

배웅해주는 정안스님의 얼굴을 보았다. 스님의 마음 속에서는

자꾸만 자꾸만 파란 물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필용 기자

pylee@d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