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당진 전통시장 재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당진 전통시장은 특정 집단이나 일부 상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당진시의 땅이자 곧 당진 시민 모두의 자산이며 공공 인프라라는 사실이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오래된 상가 밀집지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상인들의 삶이 이어졌고, 시민들의 일상이 축적된 공간이다. 장날의 소음과 냄새, 사람 사이의 인사와 흥정 속에서 지역의 정서와 공동체가 형성돼 왔다. 그렇기에 전통시장 재정비는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라, 당진의 공동체 공간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어야 한다.
우려되는 점은 재정비사업이 자칫 몇몇 사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재개발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주상복합 건물, 고층 상가, 높은 임대료를 전제로 한 개발 방식은 전통시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모델은 기존 상인, 특히 영세 점포상인과 행상 상인을 밀어내고, 결국 시장의 생명력 자체를 약화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비싼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 있다. 임대료 부담 없이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 단골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열린 공간, 그리고 다양한 세대가 머물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 때 시장은 살아난다. 점포상인뿐만 아니라 노점과 행상까지 포함한 모든 상인의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전통시장은 비로소 공동체로서 활기를 띨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분명하다. 개발업자의 수익 논리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공공성을 중심에 두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조정했다는 점이다. 공연이 가능한 작은 무대, 길거리 전시와 체험 공간, 지역 먹거리가 풍부한 골목형 시장 구조는 시민과 관광객 모두의 발길을 붙잡는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 관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생활 문화 공간으로 확장된다.
당진 전통시장 역시 그래야 한다. 시민이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본래의 기능은 물론, 아이와 함께 걷고, 친구와 머물며,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오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빽빽하게 들어선 상가 건물 대신 숨 쉴 틈이 있는 골목,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마당, 지역 음식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시장이 당진의 미래와 더 잘 어울린다.
이러한 변화는 상인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당진시가 나서야 한다. 행정은 조정자이자 책임자다.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도시 가치, 사적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분명한 원칙 아래 재정비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시민의 땅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시민과 상인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구조 역시 필수적이다.
전통시장은 도시의 얼굴이다. 당진 전통시장이 몇몇의 이윤을 위한 개발 사업지가 아니라, 당진 시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이 바람이 공허한 기대에 그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당진시의 책임 있는 결단과 투자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