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공무원 2명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시 예산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해 논란이다.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시청을 항의 방문해 “시민 세금으로 선거법 위반 변호사비를 대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환수와 징계를 요구했다.

당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4일 당진시청을 방문해 황침현 부시장을 면담하고 변호사비 대납 경위를 따졌다. 시민단체 측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2월 9일 당진시 소송심의위원회가 열렸고, 부시장이 위원장 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변호사비 지원이 결정됐다.

황 부시장은 이날 면담에서 “결정은 공식 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한 사항이다. 금액은 두 공무원의 변호사비를 합쳐 50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의) 개인적 일탈 행위가 아니고, 시정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안이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당진시 관계자는 “직무 관련 수행 과정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변호사 소송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당진시 소송 사무 처리 규정이 있다”며 “선거법 위반 사항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위원회에서 공무원들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해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과사 구분 없는 세금 사용” vs “직원 보호 필요”

시민단체 측은 “공무원들이 권력을 남용했거나 시장 지시를 받았다면 세금으로 변호사비를 대납하는 것은 문제”라며 “만약 시장 지시가 없었다면 공무원의 독단적 행위에 대해 왜 시에서 비용을 부담하느냐”고 반박했다.

특히 “오성환 시장은 같은 사건으로 고발됐지만 개인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같은 성격의 사안인데 공무원만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이는 세금을 공과사 구분 없이 사용한 것으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 측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시에서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며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황 부시장은 “시장님은 본인 비용으로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됐다”며 “위원회에서 충분한 심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개인 과실이 드러날 경우 추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당진시 법무팀 관계자는 “소송심의위원회는 별도로 구성된 게 아니라 조례규칙심의위원회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며 “위원장은 시장이 맞지만, 시장이 참석하지 못할 경우 부위원장인 부시장이 회의를 주재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2월 9일 열린 심의위원회에는 총 13명 위원 중 9명이 참석해 과반수 이상 성원이 됐다. 위원은 부시장과 국장급, 과장급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 변호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위원회가 법적 근거를 갖췄다고 하지만 선거법 위반 사건을 공무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소송 사무 처리 규정은 행정소송 등을 염두에 둔 것이지, 선거법 위반 같은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배경…현수막·성과보고대회 고발

앞서 지난해 7월 당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충남선관위에 오성환 시장을 고발했다. 지난 6월 말 ‘당진시-현대제철 업무협약 체결’을 홍보하는 현수막 90여 개가 읍·면·동 주요 거리에 일제히 게시됐고 지난해 7월 1일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민선 8기 미래비전 공유회’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관련 기사 1579호 충남선관위, 오성환 시장 선거법 위반 혐의 검찰 고발 참조>

시민단체는 현수막 게시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동원됐고, 성과보고대회에 주민들을 불법적으로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충남선관위는 약 4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11월 14일 오 시장과 관련 공무원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 고발했다.

검찰에서 당진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 게시 과정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 측은 “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하지만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무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미리 지원을 결정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하고 필요하면 경찰 고발도 검토하겠다”며 “변호사비 환수와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들은 오성환 시장을 만나 관련 내용과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