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예산과 제도, 시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복지의 본질은 그보다 훨씬 분명하다. 복지의 중심에는 언제나 주민이 있다. 복지관과 사회복지시설이 존재하는 이유도, 지역에서 운영되는 수많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목적도 결국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닿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복지가 ‘얼마나 많이 지원했는가’가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었는가’이다. 단순한 혜택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주민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선택하도록 돕는 복지는 지속성을 갖는다. 그래서 우리의 사회복지는 누군가 대신 해주는 일이 아니라,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송산사회복지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루어Dream’ 진로·역량 개발 프로그램은 청소년이 자신의 관심과 강점을 탐색하고 지역 자원을 살피며 삶의 방향을 고민하도록 돕는 과정이었고, 사회복지사는 그 여정에 동반자로 참여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만세’ 프로그램 역시 여성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에 귀 기울이며 관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이었으며, 참여자들은 도움받는 대상이 아니라 이야기를 가진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주민이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 직접 참여하고, 지역단체와 기업이 후원하며 여러 단체가 심판 자원봉사로 함께한 윷놀이 대회는 마을 구성원 모두가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복지는 관계 속에서 살아나며, 주민이 중심이 될 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문제는 복지의 주인공이 바뀌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주민이 아닌 제도와 행정이, 과정이 아닌 실적이, 사람이 아닌 기준이 중심이 될 때 복지는 본래의 의미를 잃기 쉽다.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복지가 어느새 집행해야 할 사업과 숫자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업은 늘어나지만 주민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지침과 운영 방식에 맞추다 보면 주민의 개별적인 상황은 뒤로 밀리고, 복지는 점차 획일화된다. 지원은 지속되지만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할 여지는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한다.

주민 참여를 목표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정해진 틀 안에서 반복되기도 한다. 주민의 의견이나 삶의 경험보다 운영의 편의와 관리 기준이 앞서면서 복지는 제공되지만 관계는 옅어진다. 이는 결국 주민을 수동적인 존재로 고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회복지사 또한 고민에 놓인다. 주민의 변화를 돕는 동반자이기보다 행정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행자로 역할이 축소되기 쉽다. 복지는 사람을 중심으로 해야 하지만, 현장은 점점 문서와 보고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주민과 사회복지사 모두 복지의 주인공 자리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이 복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복지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이며, 효율보다 존엄의 문제다. 빠른 집행과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스스로 말하고 선택하며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일이다. 사회복지관은 중심이 아니라 매개가 되어야 하고, 사회복지사는 앞에 서기보다 옆에서 함께 걷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주민의 작은 변화가 스스로의 선택에서 시작될 때 가장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지켜봐 온 한 사람으로서, 복지는 다시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복지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주인은 언제나 주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