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주민들의 혈세입니다.”
28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짧은 한마디가 지방자치단체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수조 원에 달하는 시민들의 세금을 맡기고도 정작 ‘이자가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던 지자체 금고의 민낯이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번 지자체 금고 금리 공개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전국 지자체 금고 이자율을 조사해 공개가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지방회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방정부 금고 이자율 공개가 의무화됐다.
지방정부의 금고는 현금·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 업무를 수행하는 지정 은행을 말한다. 금고(은행) 선정은 지자체별로 조례에 의거해 단순 금리뿐만 아니라 업무 취급 능력, 주민 편의성,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지역사회 기여도 및 협력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정한다.
행정안전부가 이날 오전 '지방재정365'를 통해 전격 공개한 '전국 243개 지자체 금고 금리 현황'에는 지자체 간의 극심한 재정 운용 격차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천 서구는 4.82%, 경기 양평군은 1.78%... 이자 수익 하늘과 땅 차이>
전국 243개 지자체의 금고 이자율(1월 13일 기준)을 보면, 12개월 이상 장기예금 기준 평균 금리는 2.53%였다. 이 중 17개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금리는 2.61%로 집계됐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인천과 서울이 각각 4.57%와 3.45%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았다. 대전은 2.64%, 세종은 2.68%로 평균보다 높았다. 충남은 2.48%, 충북은 2.47%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고, 경북(2.15%)과 대구(2.26%)는 2%대 초반의 이자율에 머물렀다.
기초자치단체의 금리 격차는 더 컸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금리는 2.52%로, 인천 서구가 4.82%로 가장 높았다. 반면 경기도 양평군은 1.78%로 가장 낮았다. 두 기초단체의 격차는 3.04%p에 달했다.
충남 시군의 경우 계룡시가 3.25%로 가장 높았고, 금산군 2.80%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나머지 충남 시군은 모두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서천군은 2.15%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예산 2.20%, 공주,보령,부여,청양,홍성,태안도 2.25%에 머물렀다. 똑같은 세금을 맡기고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지자체가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이 큰 격차를 보인 것이다.
<충남 시군, 계룡시-금산군 높고, 서천군 2.15%로 최하위권... 예산 2.20%, 공주,보령,부여,청양,홍성,태안도 2.25%>
장기예금 이자율은 중기예금(3개월 이상~6개월 미만)과 단기예금(1개월 이상~3개월 미만)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일례로 장기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구 중구와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수성구 등 6개 기초자치단체의 중기예금 이자율도 2% 미만이었다. 이처럼 중기예금 금리가 2% 미만인 자치단체는 모두 22곳에 달했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주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금고 안에서 잠자며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지자체 금고는 지역 연고가 깊은 지방은행이나 NH농협은행이 '철옹성'처럼 지켜왔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지점망이 넓은 농협이 유리한 경향이 있고, 대도시의 경우 자금 동원력이 큰 시중은행이나 지역 기반의 지방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공개로 인해 '지역 정서나 관행 때문에 주민들이 누려야 할 이자 혜택을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날 선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행안부는 계약 당시의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적용 방식 등에 따라 금리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의 전국 지자체 금고 이자율 공개는 자치단체별 금고 운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의 양평군 세무과 관계자는 "올 하반기 재약정을 해야 하는데 이번 공개된 다른 지자체의 금리가 큰 도움이 됐다"라며 "하반기 금리 체계를 고칠 때 공개된 다른 지자체의 금리를 활용해 유리한 약정 방식을 선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공개를 기점으로 안주해온 은행권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낮은 금리는 곧바로 지자체의 무능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다가올 금고 입찰은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토대로 유리한 계약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