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팽원 당진백세문화노인대학 학장
김팽원 당진백세문화노인대학 학장

“경로복지의 요체는 몸과 마음이 아픈 어르신에게는 치료와 보살핌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에게는 최소한의 생활 방편을, 여유가 있는 은퇴 어르신에게는 사회참여와 문화 향유의 여건을 만들어 드리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날 고령화 사회의 주역인 어르신 세대는 조국의 근대화를 이끌며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키워낸 세대이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채 희생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제 고단한 노후가 눈앞에 닥쳐 있지만, 공동체 정신을 발휘한다면 어르신들의 삶 역시 행복하고 존엄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쌓아온 경험과 업적, 도덕성은 후손들에게 전수하고, 스스로는 자력갱생하는 자주정신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행복홀씨민들레협동조합 창립취지문 中

김팽원 당진백세문화노인대학 학장은 노년기에 접어들며 주변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노인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를 계기로 경제적 자립과 문화 향유의 기회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단체를 설립하며 당진지역 노인들의 보다 풍요로운 노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노년기 접어들며 노인복지에 관심”

김팽원 학장은 세종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서울에서 생활했다. (주)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그룹에서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뒤 지난 2010년 당진으로 이주했다.

지인을 따라 당진에 정착한 그는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주변 독거노인의 고독사 등을 목격하며 노인복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김 학장은 “은퇴 이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배제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특히 당진지역은 노인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와 일자리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3년 준비 끝에 협동조합 설립

노인을 위한 단체를 직접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 김 학장은 약 3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2018년 ‘행복홀씨민들레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는 “조합은 노인을 위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예를 들어 어르신들이 평생 해오던 장 담그기, 콩나물 기르기, 두부 만들기 등 전통 식품을 생산하면서 이를 소비자와 연결해 지속적인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여가 공간으로 확장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 데 이어 김 학장은 노인의 문화와 여가 생활에도 주목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보다 건전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문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평생 수집해온 인문학 서적과 고전소설 등 약 1500여 권의 도서와 1000여 편의 영화 DVD를 바탕으로, 김 학장은 지난 2023년 ‘행복홀씨민들레협동조합 부설 당진노인여가복지문화센터’를 개소했다. 해당 공간에는 영화 감상실과 독서 공간, 주방 시설 등을 갖춰 어르신들이 함께 요리하고 식사를 나누며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김 학장은 “어르신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의 삶을 나누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랐다”며 “현재는 지역 주민들의 기부로 약 3500편의 영화 DVD와 2500여 권의 도서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배움’에 집중…노인대학 개원

김 학장은 지난해 12월 당진백세 문화노인대학도 개원했다. 그간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문화·여가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그는 매제인 박은복 목사가 칠순을 맞아 자신의 삶을 기록한 책을 펴낸 것을 계기로 ‘기록’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노인대학 개원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김 학장은 “책을 보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와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어르신들도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노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노인대학이 노래나 율동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르신들이 인문학과 고전 등을 배우며 삶의 지혜를 쌓을 수 있는 보다 유익한 배움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66세부터 93세까지…“배움의 열기 느껴”

지난 3월 본격 개강한 백세문화노인대학은 장수 인문학 강좌를 비롯해 취미 활동, 영화 관람과 독서, 문화유적 체험,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66세부터 93세까지 총 91명이 등록했으며, 매 수업마다 60~70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강사비와 운영비 일부는 당진시 지원으로 충당돼 연간 수강료는 2만 원 수준으로 운영된다.

김 학장은 “어르신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수업 후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대학을 설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인의 삶, 총체적으로 활성화 목표”

김 학장은 백세 문화 노인대학과 협동조합, 문화센터를 유기적으로 운영해 당진지역 노인의 삶을 전반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노년이 단순히 연명하는 삶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자식이나 주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삶을 일구는 ‘자력갱생’의 정신을 가진 어르신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팽원 학장은

-행복홀씨민들레협동조합 이사장

- 2023년 당진 노인여가복지 문화센터 개소

-당진백세문화노인대학 초대 학장

■ 당진백세문화노인대학

- 위치: 당진시 당진중앙2로 59-9

- 문의: 041-357-8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