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경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경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온라인도박이 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진에서도 청소년 도박 문제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안영순)가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청소년 도박 문제 거점상담실’을 올해부터 운영한다.

센터에서는 ‘2024년 당진시 청소년 4대 중독(알코올·도박·약물·디지털미디어) 위기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대전충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와 함께 청소년 도박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청소년 절반 이상 도박 광고 노출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전국 청소년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절반 이상이 도박 광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도박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청소년들이 게임처럼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무료 콘텐츠 사이트나 웹툰 사이트 등에 광고 배너를 게재해 청소년들의 접속을 유도하고 있다. 회원가입 절차도 어렵지 않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 바카라 등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돈을 거는 구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잃거나 따는 경험을 반복하며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게다가 중독된 청소년들이 또래를 끌어들이는 모집책 역할을 하거나 금전 문제로 인해 2차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처음 접하는 경로를 살펴보면 주변 사람이나 각종 매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도박이 청소년 일상 가까이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처음 접하는 경로를 살펴보면 주변 사람이나 각종 매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도박이 청소년 일상 가까이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재미로 시작하는 도박

당진 지역 청소년들 역시 온라인도박 환경에 깊게 노출돼 있다. 당진시가 지역 청소년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청소년 4대 중독 위기 실태조사’ 결과 전체의 11.1%(221명)가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도박을 시작한 이유로는 ‘재미와 짜릿함’이 31.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TV 프로그램’(28.0%), ‘주변 사람 영향’(22.0%), ‘친구 소개’(12.0%) 등 외부 환경 역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을 비롯해 디지털미디어·알코올·약물 등 4대 중독 전반을 분석한 결과, 청소년 도박 경험은 단순 일탈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박 경험 청소년 가운데 절반가량은 반복적으로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돼 습관화 단계로 이어질 위험성이 확인됐다.

또한 디지털미디어 중독 수준이 높을수록 도박 문제 수준 역시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개인 문제를 넘어 디지털 환경과 사회 구조가 결합된 복합적 위험 요인임을 보여준다.

드러나지 않는 청소년 도박

조사 결과 청소년 도박은 개인 선택보다 가정과 학교, 또래 문화 등 환경적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지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장은 “학교생활 문제 등 다른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이 친구 이야기라며 도박 관련 이야기를 꺼낸다”며 “‘친구들이 도박으로 몇백만 원씩 버는데 안 하면 바보죠’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소년 스스로 도박 문제를 인정하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부모 또한 자녀의 도박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큰 빚이 발생했을 때 부모가 대신 해결해주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진, 청소년 도박 전문 대응 인프라 부족

이 같은 상황은 기존 단편적 상담 중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방부터 개입, 치유와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진은 중독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특히 당진의 경우 외부 문화 유입이 빠른 편에 속한다. 이은지 팀장은 “당진은 서해대교를 통해 수도권과 충남을 잇는 지역으로 다양한 문화 유입이 빠른 편”이라며 “도박 역시 다른 지역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청소년 개입 비율도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당진에서는 약물과 유해물질(알코올) 관련 사업은 당진시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일부 운영돼 왔으나 도박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은 사실상 없었다. 또한 충남권에서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 대전충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충남 전역과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청소년 도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다.

‘청소년 도박 문제 거점상담실’ 운영

이에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대전충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와 협력해 ‘청소년 도박 문제 거점상담실’을 운영한다.

거점상담실은 단발성 상담이 아닌 예방·선별·회복·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돌봄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센터 내 상담실을 운영하며 필요할 경우 추가 상담과 탄력적 개입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대전충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이 파견돼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개인 상담뿐 아니라 집단 상담과 사례관리, 재발 방지 프로그램, 상담 인력 역량 강화 교육 등 통합형 개입 모델로 운영된다.

보호자 교육도 함께 진행된다. 교육 내용은 △도박에 대한 이해 △청소년 온라인 도박 실태 △도박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변화 △개입 방법 등이다.

아울러 오는 하반기부터는 당진시평생학습플랫폼 ‘배움나루’를 통해 시민 대상 도박 예방 교육도 운영할 계획이다.

안영순 센터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는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상담·치유 모델을 통해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서, ‘청소년 도박문제 자진신고제’ 도입

또한 당진경찰서가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청소년 도박문제 자진신고제’를 도입한다. 자진신고 학생들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거점상담실과 연계한 상담·치유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청소년 도박문제 자진신고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대전경찰청이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한 제도로, 당시 총 10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중학생 80명, 고등학생 29명이 참여하며 효과성이 확인돼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자진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보호자 면담과 사건 접수 절차를 거친 뒤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해 전문기관 연계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거점상담실과 연계된 학생들은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된다. 이은지 팀장은 “자진신고제 운영으로 상담실의 개입과 지원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박 문제와 관련해 상담을 원하는 학생은 041-357-2000으로 전화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