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천영희 부부와 은빈·혜빈·규빈·유빈
노동일·천영희 부부와 은빈·혜빈·규빈·유빈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일은 축복인 동시에 큰 책임이다. 출산율 감소와 양육 부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요즘, 아이를 많이 낳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자녀는 부담보다 더 큰 행복이 되고, 가족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11살 은빈, 9살 혜빈, 16개월 규빈, 그리고 생후 75일 된 유빈이까지. 네 명의 딸을 키우고 있는 노동일·천영희 부부는 자녀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부부 사이가 애틋해지고 행복이 배가 된다고 말한다.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셋째와 넷째는 이들 부부에게 놓쳤던 시간을 다시 채우는 기회가 됐다.

“두 자녀만 계획했는데...”

대구의 한 교회에서 만난 노동일·천영희 부부는 지난 2014년 결혼한 뒤 아내의 일로 당진에 정착했다. 1년 남짓 신혼생활을 보내고 첫째 딸 은빈이가 태어났으며, 이후 두 살 터울로 둘째 딸 혜빈이가 태어났다.

사실 부부는 둘째까지만 자녀를 계획했었다. 둘째 혜빈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어느 정도 육아 부담이 줄어들면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취미생활은 물론 함께할 수 있는 활동도 즐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예상하지 못했던 셋째 규빈이 찾아왔고, 이어 연년생으로 지난 3월 넷째 유빈이가 태어나면서 부부가 꿈꾸던 생활은 잠시 뒤로 미뤄졌다. 대신 부부는 다시 영아 육아의 시기로 돌아왔다.

언니 둘이 함께하는 공동 육아

네명의 자녀를 키우는 집에서 첫째와 둘째는 단순한 언니가 아니다. 때로는 든든한 육아 동료가 된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아빠 노동일 씨가 집을 비울 때면 첫째 은빈이와 둘째 혜빈이가 자연스럽게 동생 돌봄에 힘을 보탠다. 노동일 씨는 “다행히 첫째와 둘째가 동생들을 너무 예뻐해 밥 먹이기나 씻기기 같은 일을 직접 하려고 한다”며 “특히 셋째의 옷을 입히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웬만한 일들은 언니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특히 엄마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에 두 아이는 동생들을 돌본다. 숙제나 공부를 해야 할 때는 한 명이 아기를 보고 다른 한 명이 공부를 하는 등 역할을 바꾸는 식이다.

물론 어린 언니들에게도 나름의 육아 스트레스는 있다. 고집이 생긴 셋째를 돌보다 보면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천영희 씨는 “첫째와 둘째가 ‘동생을 돌보느라 우리가 쉴 시간이 없고 핸드폰도 못 했다’며 자신들의 시간을 요구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땐 동생들을 재운 뒤 스마트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주거나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식으로 타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 낳기 전 나눈 육아 이야기

네명의 자녀를 키우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부는 “생각보다 크게 힘들진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오랜 시간 육아관을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 또 셋째와 넷째가 연년생이라 동시에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부부는 네 아이를 키우면서도 육아 방식 때문에 다툰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부는 신혼 시절 매일 저녁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각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린 시절 경험했던 교육 방식과 양육의 장단점은 무엇이었는지 털어놓으며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생각을 맞춰갔다. 천영희 씨는 “향후 10년 정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다 해놨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일 씨는 “그때 이미 다 싸워서 정했다”며 “그 시간을 통해 육아 방식의 90% 이상 합의를 마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는 이러한 대화가 있었기에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서 경쟁이나 불안감이 커질 때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기준과 방향으로 조바심없이 육아를 이어올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경험’

현재 수청동에 거주 중인 부부의 첫째와 둘째는 집과 가까운 학교가 아닌 정미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공부보다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부부의 생각 때문이었다. 특히 첫째는 승부욕이 강하고 자신의 실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향이 있어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부는 입학 전 시내 학교와 작은 학교의 장단점을 설명한 뒤 아이가 직접 선택하도록 했고, 그 결과 정미초등학교에 진학했다.

부부는 “아이들도 정미초등학교에서 누리고 있는 방과 후 활동이나 현장 체험, 돌봄교실 등의 장점을 느끼고 있다”며 “집 가까이에 학교가 생겨 전학을 고려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전학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셋째와 넷째는 ‘다시 주어진 기회’

부부는 지난해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셋째와 지난 3월 태어난 넷째를 ‘두 번째 기회’라고 표현했다.

첫째와 둘째가 두 살 터울로 연이어 태어났을 당시 부부는 그저 아이들을 키우는 데 급급했다. 육아의 기쁨을 충분히 느끼거나 서로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교에 진학한 뒤, 오랜 터울을 두고 다시 시작된 갓난아이 육아를 두고 부부는 “과거에 미처 몰라서 놓쳤던 것들을 새로운 기억으로 채울 수 있는 다시 주어진 기회”라고 말했다. 첫째와 둘째를 키운 경험 덕분에 앞으로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그만큼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기들의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더 깊이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의 수고가 이전보다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바빴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상대의 노력과 고단함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고, 부부 관계 역시 오히려 신혼 때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노동일 씨는 “예전에는 ‘엄마니까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큰 수고였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내가 정말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 더 잘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체력이 약한 아내가 네 아이가 모두 모이는 저녁 시간에 혼자 육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예상치 못한 셋째와 넷째가 생겼음에도 불평 없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주는 아내에게 늘 고맙다”고 덧붙였다.

천영희 씨 역시 “식구가 늘어나며 어깨가 무거워졌을 남편이 주·야간 교대근무로 힘든 상황에서도 새벽에 퇴근해 집안일을 돕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피곤할 텐데도 매일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아이들을 위해 빠짐없이 기도해주는 한결같은 모습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향한 바람을 묻자 천 씨는 “지금 모습 그대로, 자기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