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곧 당진 지역경제의 위기다. 최근 몇 년간 당진의 산업 현장과 상권 곳곳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철강기업의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협력업체의 일감은 줄어들었다. 철강산단 주변 식당과 상가의 손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청년들의 취업 문은 좁아졌고 지역 상권의 공실은 늘어났다.
철강산업은 당진 경제의 뿌리다. 당진 제조업 생산의 57% 이상, 제조업 출하액의 70% 이상이 철강을 포함한 금속산업에서 나온다. 철강산업이 흔들리면 당진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5일 당진시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국가가 철강산업의 위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지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 대한민국 철강산업, 복합 위기에 직면하다
철강산업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조강 생산 세계 6위, 철강 수출 세계 3위의 철강 강국이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산업 등 제조업 전반을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철강산업은 수요 감소, 공급 과잉, 생산비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은 수출시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탄소규제 강화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 변동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 철강도시 당진, 위기의 직격탄을 맞다
철강산업 침체로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당진 지역 88개 철강기업의 매출은 2022년 27조 원에서 지난해 25조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 6천억 원에서 7천억 원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일부 기업은 적자로 전환했고 공장 가동 중단과 사업장 폐쇄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세수 감소도 심각하다. 당진 철강기업 국세 납부액은 2022년 5,063억 원에서 지난해 1,228억 원으로 75% 이상 감소했다. 법인지방소득세 역시 같은 기간 317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90% 넘게 급감했다.
지역경제 역시 위축되고 있다. 청년고용률은 하락했고, 폐업자는 급증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7%까지 상승했다. 철강산업의 위기가 기업을 넘어 지역 상권과 일자리, 시민들의 삶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K-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끈질긴 노력
필자는 철강산업을 살려야 당진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뛰어왔다. 국회철강포럼 대표로 활동하며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논의를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철강산업 특별법인 「K-스틸법」 제정을 주도했다.
산업계와 노동계, 학계의 의견을 모아 법안을 마련했고, 여야 의원 106명의 공동발의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법안 발의 4개월 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며 철강산업 지원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다. 여러 차례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부처를 설득했고, 산업부 차관에게 직접 건의문을 전달하며 당진 철강산업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번 지정은 당진 시민과 기업,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 이제는 회복과 재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지정으로 향후 2년간 당진의 철강 관련 기업들은 이차보전 지원, 긴급경영안정자금, 우대보증,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지원과 사업화 지원, 인력양성 사업도 추진된다.
그러나 지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지원이 현장에 신속히 전달되도록 꼼꼼히 챙겨야 하고, 지원제도도 현장의 목소리에 맞게 계속 보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철강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입법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철강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연구개발과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산업위기대응지역 지정요건 개선 등 실질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당진은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며 성장해 온 도시다. 이번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이 당진 경제 재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필자 역시 국회와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당진 경제 회복을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모든 힘을 쏟겠다. 당진의 산업을 지키고, 일자리를 지키고, 미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께 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