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청 옆골목에서 남편과 함께 우리말 판매장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명례(49세)씨는 깐깐하면서도 호쾌한 성격을 지닌 맹렬여성이다. 잠시도 몸을 놀리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일욕심이 많다보니 쉰을 넘보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늘 젊게 산다.
정씨에겐 지난 한해가 유난히 분주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발벗고 뛰어다녔던 남편을 따라 ‘팔자에 없던’ 식당을 차리게 된 것. 손바닥만한 가정집을 세내어 개업한후 줄곧 혼자 주방일을 도맡아왔다.
한참 어려웠던 시절엔 한복 바느질에 신발장사, 옷장사, 항아리 장사까지 안해본 일이 없지만 식당일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공해 우리밀 보급’이라는 순수한 뜻을 갖고 시작한 일이기에 어려운 가운데서도 보람은 있었다.
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식당일 덕에 5년전부터 꾸준히 다녀온 보험회사 일에 다소 소홀했던 것.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지만 사장님인 남편에게 월급을 못 받아본 것도 억울(?)하단다.
96년엔 뭔가 달라질듯싶다. 한달에 적어도 두건 이상은 보험실적을 올릴 수 있을것 같고 농약과 수입농산물에 염증을 느낀 주민들이 속속 우리밀을 찾게 될것같다.
‘형제들에게 우리밀 칼국수를 맛뵈야 한다’고 일요일에도 문을 열던 무심한 남편도 휴일엔 오붓하게 등산이라도 가자고 할것이다. 군대 가 있는 아들이 무사히 제대하고, 고3이 되는 막내딸도 열심히 공부해 대학교를 갔으면 하는 바램은 여느 부모들과 똑같다.
정씨는 몸만 건강하다면 올해만큼은 100% 만족스런 한해가 될것이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