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시민의창은 분야별 역량을 갖춘 당진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 분야의 영역을 심층 취재,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 보도합니다.
당진에서 외국인주민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공장과 농촌, 기숙사와 원룸, 시장과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 주민은 이미 당진의 일상과 경제를 함께 구성하고 있다. 이제 외국인 주민은 지역사회의 바깥에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당진이라는 도시를 함께 유지하고 움직이는 생활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4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당진시 외국인주민은 1만4,776명이다. 남성은 8,775명, 여성은 6,001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당진이 외국인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외국인주민은 단순히 숫자로만 존재하는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당진의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농촌의 일손을 채우며,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이웃이기도 하다.
특히 중요한 점은 ‘외국인주민’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외국인근로자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주민에는 외국인근로자뿐 아니라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국적동포, 귀화자와 그 자녀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당진의 외국인 문제를 단순히 노동력 수급 문제나 다문화 행사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외국인주민 문제는 노동과 주거, 교육과 복지, 의료와 상담, 지역사회 적응이 함께 얽힌 생활의 문제이자 지역정책의 문제다.
당진은 산업도시이면서 농업도시라는 특성을 동시에 지닌 지역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주민의 존재는 더욱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생산라인을 지탱하는 인력으로, 농업 현장에서는 농번기 인력난을 메우는 노동력으로 외국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법무부의 2026년 3월 말 기준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당진시에 등록된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 외국인은 2,931명이다. 다만 이 수치는 ‘당진시에 등록된 E-9 체류자격자’ 수로, 당진시 사업장에서 실제 근무하는 전체 외국인근로자 수와는 구분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숫자는 당진의 산업 구조 속에서 외국인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진의 외국인주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지 현재 숫자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조건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2018년 당진시 외국인근로자 기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응답자 461명 가운데 남성이 96.5%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연령은 20~30대가 80.7%로 나타났다. 비자 유형은 비전문취업(E-9)이 74.4%로 가장 많았고, 주거형태는 기숙사 거주가 71.4%에 달했다.
이 결과는 당진의 외국인근로자가 주로 젊은 남성 생산인력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노동과 주거가 밀접하게 결합된 구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숙사는 외국인근로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주거 방식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한 구조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잃는 순간 곧바로 거처까지 잃을 수 있고, 사업장 변경이나 실직 과정에서 임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면 노동 문제는 곧 주거 문제로 이어진다. 외국인노동자에게 실직은 단순히 월급이 끊기는 문제가 아니라, 체류와 주거, 건강과 구직의 위기가 한꺼번에 닥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인주민 문제를 단순히 “몇 명이 살고 있는가”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숫자는 현상을 보여주지만, 그 숫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누군가는 공장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농촌에서 계절노동을 하며, 누군가는 결혼이민자로 가정을 꾸리고, 누군가는 자녀를 키우며 당진에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주민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지 통계 수치가 증가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생활과 관계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지금까지 외국인정책은 종종 행사성 다문화 정책이나 일회성 지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당진의 현실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 외국인주민이 1만4천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실제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체계다. 노동상담, 통역지원, 주거연계, 의료접근, 산업안전교육, 생활 정보 제공, 지역사회 적응 지원과 같은 실질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당진은 산업과 농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도시다. 이는 외국인주민 지원이 단지 특정 집단을 위한 시혜가 아니라, 지역 산업과 농업,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반 정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인주민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쉬고, 치료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역이어야 기업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농가도 필요한 시기에 일손을 구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도 갈등보다 공존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국인주민을 지역사회의 주변부에 두는 시선은 이제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당진에서 외국인주민은 이미 노동과 생활, 생산과 소비, 정착과 관계 속에서 지역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들을 일시적인 체류자나 보조 노동력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외국인주민을 지역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일은 결국 당진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당진의 외국인주민 문제는 더 이상 주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당진의 인구 구조를 보여주는 문제이고, 산업과 농업을 지탱하는 문제이며, 동시에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지역사회의 질문이다. 외국인주민이 당진에서 일하고 머물며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 바로 그 지점에서 지역사회의 성숙도와 정책의 방향이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