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충남지역 시·군 풀뿌리 언론 연대 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회장 최종길, 이하 충언련)이 지난 3일과 4일 전북 군산 스테이호텔에서 '풀뿌리지역언론 발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충남지역 12개 풀뿌리 언론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2026 풀뿌리지역언론 발전 컨퍼런스’에서 강의를 맡은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이사장은 독일 지역언론의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지역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독자와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전달해야 한다”며 종이신문을 넘어 뉴스레터와 팟캐스트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만으로는 생존 어렵다”

심 이사장은 먼저 한국 지역언론이 처한 현실과 구조적 한계를 진단했다. 그는 지역 매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신문 발행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인쇄업이나 각종 부대사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서는 지역신문사가 라디오와 TV를 함께 운영하며 지역 종합미디어로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지역 매체의 교차 소유가 제한돼 신문사가 방송이나 영상 콘텐츠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심 이사장은 “취재 역량과 기사 원천 정보를 가진 신문사가 방송과 영상으로 확장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중앙 일간지는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았지만 지역신문은 이러한 기회조차 제한돼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어떻게 달라졌나

심 이사장은 독일 지역신문들이 종이신문 발행을 넘어 디지털 독자를 확보한 다양한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도르트문트 지역 와쯔(WAZ)는 지역 생활정보에 특화한 SNS 뉴스레터 ‘WochenDOsis’를 운영하며 35~45세를 주요 독자층으로 공략했다. 수영장 개보수 공사나 지역 행사 등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짧게 요약해 인스타그램과 틱톡, 왓츠앱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무료로 제공했고, 빵 봉투에 QR코드를 인쇄하는 등 독창적인 마케팅을 더해 출시 몇 달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7000명을 확보했다.

자아브뤼켄 차이퉁(Saarbrücker Zeitung)은 검색 기반 유입 전략을 적극 활용한 사례로 소개됐다. 지역 문화와 관광, 예능 촬영지 등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소비되는 ‘에버그린 콘텐츠’를 제작해 구글 디스커버 노출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신문이 발행되는 자를란트주의 인구가 약 100만 명에 불과함에도 월 320만 명의 순 방문자와 130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또 다른 지역신문인 그라프샤프터 나흐리히텐(Grafschafter Nachrichten)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독자들의 소비 패턴을 면밀히 살폈다. 분석 결과 전체 기사의 약 80%는 거의 읽히지 않는 ‘유령 기사’였고, 반대로 전체 기사의 5%가 전체 열람 시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문사는 독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메인 화면에 집중 배치하며 온라인 구독자와 방문자 수를 크게 늘렸다.

이 밖에도 매일 아침 지역의 주요 뉴스를 3~4분 분량의 팟캐스트로 제작해 출근길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은 사례와 지역 주민과 기자가 함께 생활 밀착형 문제를 취재하고 영상 콘텐츠까지 제작하는 참여형 저널리즘 사례도 소개됐다.

“독자와의 관계 다시 만들어야”

심 이사장은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지역언론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로 ‘독자와의 관계 재설정’을 꼽았다. 그는 “온라인 뉴스 매체와 유튜브 등 개방형 플랫폼의 등장으로 지역신문도 독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우리 신문에서 어떤 기사가 읽히고 어떤 기사가 읽히지 않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보다 독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미디어 지원기관의 정책적 지원과 미디어 기업 간 협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현재 미디어 지원 정책과 예산이 중앙 대형 언론사에 집중돼 있는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과 승자독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지역 풀뿌리 언론이 혁신을 시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