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지역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고,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지방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지역(비수도권)의 희생 위에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 공급 계획은 대한민국 산업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 소비 산업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전력 인프라 부담은 수도권이 아닌 충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에 전가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발전 설비 확대와 송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호남과 충청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이 받아 가기 위해 송전망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결국 용인 국가반도체산단에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탑이 충남 지역 주민들의 삶터를 파괴하며 건설되는 구조다.
충남은 이미 국가 에너지 정책의 부담을 가장 많이 감당해 온 지역이다. 수십 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수도권과 국가 산업에 전력을 공급했고, 그 과정에서 대기오염과 환경 피해를 감내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재생에너지 생산기지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송전탑 설치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국가 전력정책의 불평등한 구조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발전시설과 송전시설은 지방에 배치되는 현재의 구조가 지속된다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목표는 공허한 구호가 될 수밖에 없고 지역 소멸만 가속화될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소비 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전력 소비 구조를 유지한 채 송전망만 확대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대규모 송전망 확대만이 해답은 아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 산업과 일자리를 함께 배치하는 지산지소와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 가야하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지역균형발전을 말하려면 먼저 전제조건을 바꿔야 한다.
첫째, 수도권 중심의 전력 소비 확대 특히 용인 반도체산업단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은 전력 생산지역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분산 배치하는 지산지소형으로 되어야한다.
둘째, 충남 송전망 계획은 주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이미 결정된 노선을 주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획 단계부터 당사자인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미래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전기도 물도 없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충남 주민의 희생을 전제로 건설된다면 그것은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국가 발전은 어느 지역의 희생 위에 다른 지역의 성장을 쌓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지역이 함께 참여하고 혜택을 나누는 방식이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는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는 국민의 동의 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AI도, 반도체도, 에너지 고속도로도 결국 국민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충남은 더 이상 국가정책의 희생지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함께 준비하고, 함께 진행하는 협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메가프로젝트의 성공 기준은 송전탑의 숫자가 아니다. 지역의 신뢰를 얼마나 얻었는가가 진정한 국가경쟁력과 지역소멸을 막는 가장 빠른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