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이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여름이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더운 날씨 정도로 여겨졌던 폼염은 이제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기후재난이 됐다.
특히 산업도시이자 농업도시인 당진은 폭염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건설현장과 제조업체, 농업현장 등 야외 또는 고온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많아 온열질환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도내 온열질환자는 모두 73명이다. 천안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당진이 11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아산 9명, 홍성 8명, 보령 6명 순으로 집계됐다.
당진시는 올해 7월 말 기준 온열질환자 10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아직 본격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올해 환자의 특징은 대부분이 30~50대의 비교적 젋은 남성으로 건설현장과 제조업체, 농업현장 등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발생했다는 점이다.
과거 폭염 피해가 노약자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경제활동의 중심인 현장 근로자들이 가장 큰 위험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 온열질환 36명…산업도시 특성 영향
당진의 온열질환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당진시에 따르면 2024년에는 8명, 2025년에는 1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올해도 7월 말 기준 10명이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36명이다. 다행히 최근 3년 동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환자 수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당진은 철강과 발전, 항만, 건설업이 밀집한 산업도시인 동시에 농업 비중도 높은 지역이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는 야외 근로자와 고온의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제조업 종사자가 많아 지역 산업구조 자체가 폭염에 취약한 환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열대야가 장기화되면서 밤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지고, 다음 날 작업 중 탈수와 체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을 더 이상 계절 현상이 아닌 산업안전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시 재난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진시, 폭염 대응체계 본격 가동…문자·쉼터·취약계층 집중관리
당진시는 지난 5월부터 폭염대책기간을 운영하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 무더위쉼터 367곳과 폭염저감시설인 그늘막 240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냉방시설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시민들에게 하루 두 차례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야외활동 자제, 무더위쉼터 이용 등 폭염 행동요령을 안내한다. 읍·면·동에서는 마을방송과 가두방송도 병행하며 시민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독거노인과 에너지 취약계층 등 13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안부 확인과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으며, 농업과 축산 분야에서도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현장 점검과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인세교 당진시 안전총괄과 자연재난팀장은 “최근 폭염은 단순히 더운 날씨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무더위쉼터 운영과 시설 점검, 하루 두 차례 재난안전문자 발송, 현장 예찰 등을 통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수 들고 농촌 찾는 자율방재단…“예방이 최고의 대응”
행정의 대응과 함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폭염과 맞서는 사람들은 당진시자율방재단이다.
당진시 14개 읍·면·동 15개 자율방재단은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농업현장과 취약지역을 직접 찾아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단원들은 밭과 논, 비닐하우스 등을 돌며 차가운 생수와 폭염 예방 리플릿을 전달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한낮 작업 자제 등 건강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원종돈 당진시자율방재단장은 “몇 년째 예찰 활동을 하다 보니 여름철이면 어르신들이 어김없이 밭과 논,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하고 계신다”며 “가족들이나 마을에서도 쉬라고 말씀드리지만 현장에 가보면 대부분 일을 하고 계셔 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원들이 직접 차가운 생수를 나눠드리고 폭염 대비 건강수칙을 꼭 설명드리고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폭염은 잠깐 방심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원 단장은 자율방재단의 활동 여건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14개 읍·면·동 15개 자율방재단이 재난 예방과 안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용할 장비와 물품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적으로 건의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도 단원들도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한다”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원들을 만나면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나 자율방재단으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후위기 시대…폭염 대응도 달라져야
기상청은 앞으로도 폭염과 열대야가 잦아지고 지속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염은 더 이상 여름철 불편을 넘어 산업현장과 농업현장, 시민의 일상까지 위협하는 기후재난이다. 무더위쉼터와 그늘막 확대, 재난안전문자 발송 등 행정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시민 스스로의 예방이다.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는 야외활동과 작업을 피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며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작은 실천이 온열질환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폭염은 피할 수 없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 행정과 지역사회, 시민 모두가 함께 대비할 때 기후재난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당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인세교 팀장은 “폭염은 예방이 가능한 재난인 만큼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무더위쉼터 이용 등 폭염 행동요령을 반드시 실천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