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국수를 운영하고 있는 손현승 대표
장터국수를 운영하고 있는 손현승 대표

한때 어머니가 운영했던 식당을 아들이 이어받았다. 성악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음악의 길을 걸어온 손현승 대표가 지난 5월 신평면 금천리에 ‘장터국수’를 열었다.

요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어머니 곁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음식에 대한 기억과 자신만의 호기심을 더해 새로운 국수집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머니의 ‘장터식당’ 이어받아

오래전 신평 오일장이 열리던 자리에 위치했던 ‘장터식당’. 손현승 대표의 어머니는 약 20년 전부터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식당 운영이 버거워졌고, 이후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세놓았다.

한편 손 대표는 중앙대학교와 뉴욕의 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유학을 마치고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동아방송예술대학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등에서 성악을 가르쳤으며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했다. 2015년에는 자녀 교육과 자신의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그러던 중 지난 3월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캐나다로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세입자가 장사를 못 하고 다시 나간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내용이었다.

손 대표는 연세가 많은 어머니가 다시 식당을 운영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직접 가게를 맡기로 했다. 그렇게 어머니가 운영했던 ‘장터식당’은 손 대표의 손길을 거쳐 ‘장터국수’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요리”

요리와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왔지만 손 대표는 사실 요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법을 눈으로 배웠다. 손 대표는 “식당을 운영했던 만큼 주변에 항상 식재료가 많았고 혼자 결과물을 상상하며 요리를 직접 해 먹곤 했다”고 말했다. 음악을 하면서도 요리하는 것을 즐겼고, 가족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드는 일도 좋아했다.

자신의 요리 스타일을 설명할 때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온 ‘맛을 그린다’는 표현을 빌렸다. 손 대표는 “이 재료를 섞으면 과연 어떤 맛이 날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맛을 상상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등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요리를 즐긴다”고 말했다.

웰빙국수
웰빙국수

참깨와 배 숙성한 ‘웰빙국수’

손 대표의 요리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장터국수의 메뉴에도 담겼다. 대표적인 메뉴가 바로 ‘웰빙국수’다.

웰빙국수는 손 대표가 미국에 있을 당시 일식집에서 맛본 참깨국수를 바탕으로 개발한 메뉴다. 참깨와 배를 함께 갈아 만든 드레싱이 핵심이다. 손 대표는 “참깨와 배를 섞어 2~3일 정도 숙성시키면 배 특유의 단맛이 우러나며 상큼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며 “숙성 과정에서 자칫 발효돼 소스가 상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고추장 비빔국수와 달리 샐러드에 국수를 비벼 먹는 방식이다. 여름에는 상추, 파프리카, 당근, 오이 등 계절에 맞는 채소를 아낌없이 넣는다. 고추장 베이스의 비빔국수를 떠올렸던 어르신들에게는 생김새나 단맛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손 대표는 “젊은 층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며 “식당에 오면 웰빙국수만 고집해서 찾는 단골손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잔치국수
잔치국수
열무비빔국수
열무비빔국수

주문 들어오면 삶아내는 국수

물론 일반적인 국숫집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국수 메뉴도 있다.

어머니의 노하우가 담긴 잔치국수는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양파, 무, 다시마, 파 등 다양한 채소를 넣고 푹 우려낸다. 손 대표는 “이미 국물에 간이 잘돼 있어 별도의 간장 양념장 없이 제공된다”며 “얼큰한 맛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청양고추를 썰어 내어준다”고 말했다.

열무비빔국수는 직접 담근 고추장과 국산 태양초 고춧가루를 베이스로 사용해 자연스러운 매운맛을 낸다. 특히 직접 담근 열무김치는 손님들이 맛을 본 뒤 따로 판매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인기가 있어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름철 인기 메뉴인 콩국수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간장 비빔국수도 있다. 간장과 참기름, 설탕을 넣어 비벼 먹는 메뉴다.

국수에 들어가는 면은 미리 삶아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삶는다. 조리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쫄깃하고 탄탄한 면의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손 대표는 “조리 시간이 조금 더 걸려 점심시간에는 바쁜 손님들이 간혹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항상 최상의 상태로 손님을 대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토속 음식 ‘깻묵장’도 준비

국수 외에도 당진의 토속 음식인 ‘깻묵장’도 준비돼 있다. 깻묵장은 들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에 김치를 넣어 끓여 먹던 토속 음식이다. 현재는 깻묵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이곳에서는 국산 들깨를 볶아 갈아 사용한다.

‘노래하는 국수집’으로

손현승 대표는 앞으로 장터국수를 ‘노래하는 국수집’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성악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손 대표는 식당 한편에 작은 무대를 마련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젊은 음악인들이나 인근 세한대 전통연희학과 학생들이 찾아와 공연을 펼치고, 손님들은 식사하며 클래식, 록, 어쿠스틱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마다 입맛과 만족하는 양의 기준이 각기 다름을 체감하고 있지만 내 기준만을 고집해 획일화하지 않고 손님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귀담아들으며 식당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맞춰나가겠다”고 전했다.

◼ 운영시간: 오전 6시 30분(미리 예약시)~ 오후 8시, 홀수 번 째 일요일 휴무

◼ 가격: 웰빙국수 1만2000원, 잔치국수 7000원, 열무비빔국수 8000원, 콩국수 1만 원, 깻묵장 1만 원

◼위치: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2-90

◼문의: 010-7538-5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