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
이나영(신평면 금천리 정우아파트)
당신은
언제부터 떠나려 마음먹었을까요
나는 그런 것 하나도
알아채지 못하는 바보입니다.
우리가 주고받았던 많은 편지들과
사랑의 약속들도 모두 보내줘야 하는 걸까요
지금이 아닌
당신을 알았던 때의 가을비는
우리 사랑의 노래로 늘 불려졌어요
프라타너스 나무가
아기 주먹만한 열매를 달고 우리에게 뽐낼 때
홀씨로 흩어질 운명을 모르는 바보라고 비웃었는데
당신이 떠나고 한참 후에야
당신도 홀씨인 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바람 타고 멀리 날아가
제가 내린 곳 그곳이 최고의 안식처라고
지난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라고
망각이란 가명을 쓰면서
모두 잊었노라 말할 테지요
우리 추억의 가을 공원엔
낙엽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슬프게 붉어져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손을 꼭 잡은 채
우리가 그랬던 지난 날처럼
시간의 흐름을 아쉬어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내 모습은
사랑을 잃은 비둘기처럼 우울하게 보여질까요
당신이 홀씨 도리 것을 미리 막지 못한 이유로
너무 큰 고통을 참아내기도 힘이 듭니다
당신이
다시 내 가슴으로 날아와 싹을 틔우면
또 날아가게 하지 않을 겁니다
죽어도 다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