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국립 예술단체 산하 국립청년무용단(한국무용)의 상주 지역으로 당진시가 최종 선정됐다. 당진시는 당진문예의전당 대공연장과 리허설룸 등을 상주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 활성화와 청년 예술인의 무대활동 기회 확대를 위해 출범한 국립청년무용단은 공개 선발을 통해 시즌제 단원을 구성하고 정기공연과 국가행사 참여 등 다양한 무대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해 평택을 거점으로 활동한 데 이어 올해는 당진에 상주하며 전국 무대와 지역 공연을 통해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올해 약 35회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당진에서는 약 20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오는 22일 오후 4시 당진문예의전당 소공연장에서 기획공연 <다면(多面)>을 선보이는 것이 당진 첫 정식 공연이다. 당진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은 국립청년무용단 김재승 총괄기획자를 만났다.
한국춤에 담긴 삶과 미학에 매료
김재승 안무가는 국립청년무용단의 초대 총괄기획자로, 올해도 연임해 2년째 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현재 무용단에 별도의 기획팀이나 스태프가 없는 상황에서 안무와 연출은 물론 기획, 의상, 무대 등 공연 제작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
김재승 감독은 중학교 때 발레로 처음 무용에 입문했으며, 예술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무용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대학교 진학 후 초기에는 현대무용적인 스타일을 더 선호했으나, 점차 한국 전통춤에 담긴 민족의 삶과 미학에 깊은 감동을 느끼며 전통무용에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대학 시절부터 창작과 안무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자(子)>라는 창작 작품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통춤 ‘한량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무용으로, 남성의 삶과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김 감독은 해외 공연에도 많이 참여하게 됐고, 한국무용이 가진 철학과 미학이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경쟁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즉흥성 지닌 한국춤
김 감독은 한국무용의 큰 특징이자 매력으로 ‘천지인(天地人) 사상’, ‘다채로운 지역적 특색’, 그리고 ‘호흡’을 꼽았다.
그는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발레와 달리 한국무용은 하늘과 땅, 사람을 원처럼 하나로 연결해 바라보는 천지인 사상을 바탕으로 곡선과 순환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김 감독은 “각 지역의 음식 맛이 다르듯 지역마다 춤의 색깔도 다르다”며 “전라도 음식처럼 깊고 강한 움직임, 경상도의 담백하고 깔끔한 춤선, 서울·경기 등의 간결함 등 지역 특유의 정서가 춤에 묻어난다”고 전했다.
특히 서양 음악과 춤이 일정한 심장 박동수를 기반으로 삼는다면 한국춤의 베이스는 사람의 ‘폐 호흡’에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숨을 1분 이상 참을 수도 있고 달리면 호흡이 가빠지듯, 정해진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그 안에서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무용수의 컨디션이나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마치 재즈 음악처럼 매 순간 춤이 리얼타임으로 새롭게 변주되는즉흥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전통’, ‘청년’, ‘젊음’, ‘열정’
이렇듯 한국무용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김재승 감독은 국립청년무용단을 ‘전통’, ‘청년’, ‘젊음’,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20ㆍ30대 초반의 단원 25명으로 구성된 무용단은 젊은 무용수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졸업 후 설 무대가 부족한 청년 무용수들이 공연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훗날 더 큰 단체로 진입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훌륭한 발판으로 삼고자 모였다”며 “또래의 친구들과 예술적 고민을 공유하고 더 많은 것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 모인 단체”라고 설명했다.
당진, 정감 있는 도시
그는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과 함께 당진에 상주하는 만큼 지역의 삶과 문화를 춤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승 감독은 “당진을 대표하는 지역 특색이나 유명 관광지 등을 작품의 모티브로 연계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단순히 거쳐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품고 있는 삶에 대한 이해를 상주하는 동안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진에 대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특색들이 정감 있는 도시”라고 표현했다. 외지인이라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할 만큼 사람들에게 여유가 있고 따뜻해서 무용단 역시 이질감 없이 심리적 안정을 느끼며 지역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시선 담은 <다면>
국립청년무용단은 당진에서 첫 정식 공연으로 기획공연 <다면(多面)>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재승 감독은 공연에 대해 “젊은 한국 무용가들이 한국무용을 바라보는 각자만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각자가 살아온 방식이나 느낌에 따라 사물을 여러 가지로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연은 무용단 단원 가운데 공모를 통해 4명의 안무가를 선발해 총 3개의 창작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워크숍을 통해 단원들은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안무가의 작품에 지원해 참여했다.
첫 번째 작품은 최우민 안무가의 ‘숨의 겹’으로 한국무용의 철학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무용의 기본이 호흡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춤에서 나오는 호흡을 다양한 방법으로 겹겹이 풀어낸다.
두 번째 작품은 박소영 안무가의 ‘노는 사위’다. 이 작품은 기지시줄다리기에서 영감을 받아 탈춤과 접목한 유쾌한 작품으로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기획됐다. 김 감독은 “공연 중 관객과 함께 줄다리기도 하는 재미난 놀이판을 만들 예정”이라면서 “재미있는 움직임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세 번째 작품은 강채연·안지영 안무가의 ‘이음’으로 처용과 가면을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에 관련된 이야기, 즉 윤회와 이어짐이라는 주제를 작품에 풀어낼 예정이다. 김재승 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이런 것도 한국무용이구나’라며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승 총괄기획자는
-2025년을 빛낸 안무가상 수상
-2025년 한국춤평론가회 남자연기상 수상
-2024년 꼬레오 어워드 올해의 댄스필름 스페셜 수상
-2019년 한국무용제전 우수안무가상 수상
-2019년 대한민국무용대상 문화예술위원장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