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새로운 활동을 망설이게 되는 노년 시기, 지역 어르신들의 힘찬 도전이 시작됐다. 당진시노복지관을 이용하는 10명의 어르신은 각자의 동기와 목표를 가지고 ‘더할나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더할나이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이 촬영과 편집, 나레이션을 익혀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실버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와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본지는 7회에 걸쳐 기사로 연재될 예정이며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통해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22일 당진시노인복지관에서 ‘더할나이 프로젝트’의 네 번째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참여자들은 영상편집 앱 ‘캡컷’의 사용 방법을 익히고 찍어온 영상을 직접 편집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당진시노인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는 강주현·이춘자 부부를 소개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 익히고 인터뷰 나서
이날 당진시노인복지관 3층 교육실에서는 참여자들이 숙제로 촬영해온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참여자들은 반려동물과 집 근처 산책로, 손주의 노는 모습 등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것을 직접 촬영해 소개했다. 이후 참여자들은 각자 스마트폰에 ‘캡컷’ 을 설치한 뒤 숙제로 촬영한 영상을 직접 편집했다.

편집할 영상을 프로그램에 불러 오고 컷을 분할하는 법, 전환 효과 삽입 방법, 자막과 효과음 설정 등을 배우며 실습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 는 당진시노인복지관의 회원을 소개하는 인터뷰가 진행했다.

출퇴근길에서 시작된 인연
이날 김경희 씨와 조수옥 씨는 복지관에서 10년간 댄스스포츠를 추고있는 강주현·이춘자 부부를 인터뷰했다. 조수옥 씨는 제일 먼저 두 사람에게 첫 만남과 결혼까지의 과정을 물었다. 강주현 씨가 27세이고 이춘자 씨가 22세이던 때 두 사람은 출근길에서 처음 만났다. 부산시가 고향이던 강주현 씨는 당시 동래구에 있던 ㈜금성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춘자 씨 또한 고향인 이천시를 떠나 부산에서 지내며 금성사 근처에 위치한 ㈜럭키를 다니고 있었다. 회사가 가까운 둘은 출퇴근 시간이 겹쳐 매일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강주현 씨는 “아내를 처음 봤을 때 아담하고 귀여워 보였다”며 “연애를 시작 할 때만 해도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점점 관계가 깊어졌고 1년의 연애 끝에 둘은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고생도 행복도 함께한 부부

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강주현 씨가 집배원으로 처음 발령 났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결혼 후 강주현 씨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발령을 기다리며 이춘자 씨와 함께 성남으로 이사했다. 약 1년의 기다림 끝에 발령 소식을 들은 부부 는 “그때 둘이 부둥켜안고 엄청 기뻐 했다”며 “이뤄 말할 수 없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쁨이 꾸준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모든 공문서가 오로지 우편을 통해 전달되던 시대였기에 집배원의 업무가 상당했다. 이에 강주현 씨는 “아침을 먹고 출근하면 자정이 다 돼서 들어오고 어떨 때는 새벽에 들어왔다”며 “일에만 매진해서 살다보니 가정에는 빵점인 사람 이었다”고 말했다. 한 번은 강주현 씨가 “밤늦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나를 기다리다 지쳤는지 자고 있었다”며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깨더니 저녁밥은 먹었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먹었다는 나의 대답에 안도하고 다시 잠드는 모습을 보고 목이 메 눈물이 났다”며 “그날 몇 달 만에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봤다”고 회상했다.

이춘자 씨 또한 살림과 육아를 책임지며 손부업을 함께해 가계에 보탬이 됐다. 그는 “육아를 하면서 직장을 4년 정도 다녔지만 건강이 안 좋아져서 그만뒀다”며 “집에서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손부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부의 노력은 50대에 ‘내 집 마련’으로 이어졌다. 부부는 모은 돈으로 안양에 첫 자택을 마련했고 둘의 인생에 있어 두 번째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 표현했다.
낯설고 어려웠던 당진 생활

어느덧 두 자녀를 모두 키우고 2006년 강주현 씨가 정년퇴직하면서 부부는 당진에 새터를 짓고 살기로 했다. 강주현 씨는 “30년간 일을 하면서 사람에게 치이다 보니 시골에서 한적하게 살고 싶었다”며 “일 때문에 당진과 서산을 오가며 지역 특성을 알고 있었고, 연고는 없지만 당진이 바다와 가까워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적한 생활을 꿈꾸며 왔지만 적응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지역에 연고가 없다 보니 적응이 어려웠고 특히 이춘자 씨는 우울증을 겪을 만큼 힘들어했다. 이춘자 씨는 “이곳에 오고 나서 4년 정도는 마당만 가꿨다”고 말했다. 조수옥 씨가 강주현 씨에게 이에 대한 감정을 묻자 그는 “내 욕심에 와이프를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며 “그럼에도 늘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복지관서 서로를 더 이해해”

적응이 한창일 무렵 부부는 이웃에게 당진시노인복지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어 댄스스포츠를 배우며 복지관을 처음 다니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활력과 친목을 얻었다.
둘은 “다퉈도 댄스스포츠를 추다 보면 서로 얼굴을 마주봐야 하니 자연스럽게 화해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다”며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강주현 씨는 아내와 함께 ‘몸으로 말해요’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몸짓과 발짓을 모두 써가며 정답을 설명했지만 아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내 방식대로만 소통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에게 잘해주려고 행동했던 것 역시 내 방식대로였다는 걸 알고 나니 소통의 중요성을 더욱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10년간 회원으로 활동한 둘은 지난달 24일 복지관에서 진행한 리마인드 웨딩에 참여했다. 강주현 씨는 “결혼할 때 양측 부모의 반대가 심해서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하지 못했다”며 “사진관에 찾아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 한 장 찍은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은 52년 만에 찾아온 리마인드 웨딩을 통해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졌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며 조수옥 씨는 둘에게 ‘더할나이’가 무엇인지 물었다. 둘은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 그동안의 고생을 달래고 서로 해주지 못했던 것을 해주며 사랑하는 나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