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호지에도 아이들이 있기는 하냐고요?”
당진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대호지면. 당진시 14개 읍·면·동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농촌지역이다.
하지만 대호지에도 아이들은 살고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포함해 대호지면에 거주하는 학령기 아동은 약 28명이다. 아이들이 적다 보니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고령층에 집중되기 쉽고, 아이들을 위한 돌봄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이러한 돌봄 공백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메웠다. 대호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고종진)이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대호하늬바람센터에서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방학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내가 할게요” 주민들 나서
이번 사업은 처음부터 아동 돌봄을 목적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었다. 대호지사회적협동조합이 농촌돌봄활성화서비스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고민하던 중 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방학 돌봄의 필요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김계환 대호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장은 “지난해 말 공모에 선정된 계획서에는 아동 돌봄 서비스가 세부 내용으로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하지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방학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이에 수요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호지면에서는 조금초등학교가 방학 돌봄을 운영하고 있지만, 4주가량 이어지는 방학 중 약 2주만 돌봄이 제공돼 나머지 기간에는 맞벌이 가정이나 농번기로 바쁜 부모들이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수요조사를 시작하자 마을 안에 있던 주민들의 재능과 자원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주민 송성준·민혜경 부부가 직접 수업을 맡겠다고 나섰고, 요식업을 운영하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의 식사를 무상으로 책임지겠다 하며 돌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김 사무장은 “돌봄을 진행하더라도 이곳에 관련 수업을 진행할 전문 인력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신기하게도 주민들이 하나둘 나타났다”며 “마을에 있는 자원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말했다.
민혜경 씨는 “대호지처럼 읍내와 떨어진 농촌지역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교육·문화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어른들을 위한 돌봄은 많지만 지역 아이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돌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마을과 함께 대호하늬바람센터도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 덕분에 가능했던 돌봄
이번 돌봄에는 5세부터 11세까지 총 8명의 아이가 참여했다. 아이들이 모두 남아인데다 나이 차이도 있어 한 공간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농촌활성화지원센터 소속 차민선 돌봄반장을 비롯한 돌봄활동가들이 프로그램 운영을 도왔다. 어린이집 원장 등 관련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신미숙 돌봄활동가와 어린이집과 교회 등에서 교사로 활동한 유내순 돌봄활동가 등이 참여해 아이들의 연령과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신미숙 돌봄활동가는 “돌봄이 시작되기 2주 전 프로그램을 계획했지만 막상 진행해 보니 아이들의 나이 차이가 커 어려움이 있었다”며 “나이대별로 아이들을 나누고 여러 돌봄활동가가 투입돼 아이들을 세심하게 지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너무 재미있었다’고 웃고, 부모님이 왔을 때 더 놀고 싶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즐겁고 안전하게 잘 돌봤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계환 사무장은 “대호지면은 아이들이 워낙 적다 보니 다른 기관이나 외부로부터 관심을 받기 어려운 지역”이라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학부모들에게서 ‘너무 좋았다’,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업이 잘 진행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 서로 얼굴 정도만 알고 지내던 부모들이 다른 아이들까지 서로 살뜰히 챙겨주는 변화가 있었다”며 “도시락을 제공해준 학부모뿐만 아니라 고생한다며 치킨을 사와 함께 나누는 학부모 등도 있어 정말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고종진 대호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도 “지역 주민들이 각자의 일이 있음에도 쉬는 동안 시간을 내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도와준 덕분에 이번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