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네팔을 덮친 사상 최악의 기습 폭우와 홍수 소식을 접하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대인 나라조차 무섭게 폭주하는 기후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음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이런 비극이 멀리 떨어진 국외의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8월, 우리 당진에서도 단 이틀 사이에 온열질환으로 세 분의 소중한 시민이 세상을 떠나셨다. 해마다 반복되고 그 강도를 더해 가는 폭염은 이제 단순한 계절적 무더위가 아니다. 우리 이웃의 생명과 일상을 직접 위협하는 엄중하고도 급박한 자연재난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만나는 시민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늘 무겁다. 뙤약볕 아래 농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어르신들, 야외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 그리고 혼자 무더위를 견뎌야 하는 취약계층 이웃들까지. 기후위기는 가장 약한 곳부터, 그리고 가장 무섭게 찾아온다. 당진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의원으로서 이분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밤을 새워가며 폭염 대응 상황을 살피고, 취약한 이웃의 안부를 걱정하며, 한 분이라도 더 안전하게 여름을 넘길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은 행정 업무를 넘어 시민의 생명을 바라보는 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의 근본적인 변화다. 재난이 터진 뒤에야 수습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후 폭주가 일상이 된 시대에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선제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위기 대응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의 모든 역량과 지역사회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재난의 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을 미리 살피고 감싸 안는 단단한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상시 확인, 무더위 쉼터의 실제 접근성, 야외 노동자와 농어민의 휴식·건강 관리, 그리고 경보와 지원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닿도록 하는 행정 점검이 그것이다. 재난 대비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이런 세세한 현장 위에서 완성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 이전에 시민을 걱정하는 마음이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행정의 곳곳에 스며들 때, 비로소 제도는 따뜻한 보호가 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지방자치단체의 으뜸가는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책무를 다하는 일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폭염과 재난 앞에 놓이는 시민을 미리 살피고, 필요한 도움과 안내를 실제 현장의 속도로 가동하는 일, 그것이 당진시가 해야 할 몫이다. 법에 적힌 문장을 시민의 삶에 닿는 안전과 온기로 바꿔 내는 것, 이것이 당진시가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네팔의 참사와 우리 곁에서 일어난 비극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후위기는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며, 안전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다가오는 해에도,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모든 계절 속에서도 우리 당진시민 한 분 한 분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더 촘촘하고 따뜻한 위기 대응 체계가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한 명의 시의원으로서, 오늘도 그 마음을 놓지 않고 끝까지 살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