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형 지부장(오른쪽)과 그의 언니 김은경 씨가 당진지부 시그니처 동작을 취했다.
김은형 지부장(오른쪽)과 그의 언니 김은경 씨가 당진지부 시그니처 동작을 취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발을 번갈아 움직이는 셔플댄스. 춤에 소질이 없어도, 몸이 뻣뻣해도 괜찮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한 발씩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춤의 재미에 빠져든다.

대한셔플댄스협회 당진지부장 김은형 씨도 처음부터 춤을 잘 췄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몸치라고 생각했던 그는 취미로 시작한 셔플댄스를 통해 힘든 시간을 이겨냈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셔플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부동산 홍보 위해 시작한 춤

논산이 고향인 김은형 지부장은 1996년께 남편의 직장 때문에 당진에 왔다. 이후 대전으로 잠시 떠났다가 2004년 다시 당진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고등학교 때 만난 남편과 스무 살에 일찍 결혼한 그는 가정을 꾸리느라 학업에 충분히 몰두하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다. 당진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미뤄뒀던 공부를 시작하며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 등을 취득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것을 보고 도전한 그는 2019년 시험에 합격,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인중개사 사무소 홍보를 위해 시작한 SNS는 셔플댄스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김은형 지부장은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짧은 춤 영상을 찍어 올리는 ‘릴스’가 눈에 띄었다”며 “나도 한번 따라 해보자는 생각으로 직접 춤추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고 말했다.

“발로 추는 춤,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영상을 본 언니 김은경 씨의 반응은 그의 춤 열정에 불을 질렀다. 김 지부장은 언니로부터 “내가 아는 사람들도 다 보는데, 너처럼 뻣뻣한 사람이 없다. 창피하니까 영상을 내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창피해서 그만둘 법도 했지만 김 씨는 오히려 오기가 생겼고 춤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단다. 그러다 ‘댄싱다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고다연 대한셔플댄스협회장을 알게 됐다. 김은형 지부장은 “고다연 협회장이 싱크대 앞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춤을 추는데, 발로만 춤을 추더라”며 “그걸 보고 셔플은 몸이 유연하지 않아도 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동작을 보며 집에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방구석에서 꺼내준 22기 동기들

김은형 지부장은 혼자 연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대로 춤을 배우기 위해 고다연 협회장이 운영하는 ‘쉘위셔플’ 카페에 가입해 22기로 수업을 듣게 됐다. 매주 하루는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전국의 수강생들과 춤을 배웠다.

동기들과 서로 격려하며 춤을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에 셔플댄스 지도자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만 해도 강사로 활동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취미였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직후 개인적인 사정이 겹치면서 약 5년간 운영하던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정리한 뒤 5개월가량 집에서 거의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낸 시간이 전환점이 됐다. 김 지부장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 것은 ‘쉘위셔플’ 22기 동기들이었다. 동기들은 2주년 기념 모임에 그를 초대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동기들은 지도자 1급 시험에 도전하고 당진지부도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누군가를 가르칠 자신이 없었던 김 지부장은 망설였지만, 동기들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그가 가진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라”고 격려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연습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제 안에 숨어 있던 에너지가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아, 나는 이걸 해야 하는구나’ 싶었죠.”

“당진에도 드디어 셔플이!”

지도자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난 5월 대한셔플댄스협회 당진지부를 설립한 김 지부장은 당근마켓에 모임을 만들고 ‘당진에도 드디어 셔플 지부가 탄생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셔플댄스를 배우고 싶었던 지역 주민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그는 “당진에는 셔플댄스를 배울 곳이 없어 아산이나 천안까지 가서 수업을 들으려던 분들이 지부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셔플을 가까이서 배울 수 있게 됐다며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처음 지부를 시작할 때 인원을 채우기 위해 수업에 참여했던 언니 김은경 씨도 이제는 셔플댄스를 함께 배우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대전에서 가족을 따라 당진으로 이사 온 김 씨는 평소 직장 생활로 지쳐 있었던 데다, 동생 가족 외에는 아는 지인이 많지 않아 외로움을 느끼곤 했단다. 하지만 셔플댄스를 만나면서 삶의 큰 변화가 찾아왔다.

김은경 씨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며 “4년째 배우고 있는 젬배 선생님마저 ‘늘 어둡고 지쳐 있던 얼굴 표정이 셔플을 배운 뒤 대번에 달라졌다’며 감탄하실 정도”라고 말했다.

셔플댄스를 시작한 이후 자매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부쩍 늘었다. 김은형 지부장은 “이제는 쉬는 날이나 일요일에도 언니가 먼저 전화를 걸어 ‘연습하러 가자’거나 ‘챌린지 영상을 찍자’고 청할 만큼 셔플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덧붙였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김 지부장의 수업은 현재 모든 반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단다. 특히 50~60대 이상 시니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처음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저 몸치예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막상 배우다 보면 몸치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원리를 알고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즐기면 됩니다.”

그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말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셔플댄스를 만나 다시 웃음을 되찾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 지부장은 “셔플을 통해 저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자기 삶의 주인공이 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형 지회장과 당진지부 회원들
김은형 지회장과 당진지부 회원들

◼ SNS: 블로그 ‘DSDA당진지부장’, 인스타그램@shuffle_gold

◼ 문의: ehyung7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