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 당진군농민회장
지난 2월22일 당진군이 주최한 제1회 주민 아카데미에서 전 농림수산부장관을 역임한 허신행 박사의 뉴라운드시대 농업의 살길이라는 내용의 군민대상 강연이 있었다. 그 강연에 참여했던 농민으로 강연의 절차와 내용에 있어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강연 절차의 문제점이다. 당진군은 주민 아카데미를 공무원과 군민들의 지적수준 향상을 위해 매달 1회식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제1회 강연의 강사로 나온 허신행 박사는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수입만은 막겠다던 김영삼 정권시절 농림수산부장관을 역임하며 우리나라의 UR협상대표로 참가하여 쌀수입을 강행한 장본인이다. 또 이미 실패로 판명이 난, 지금의 농촌의 어려움을 몰고온 신농정을 입안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과연 뉴라운드시대 농업의 살길이라는 내용의 강연을 할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런 사람을 강사로 선정한 당진군은 2004년 쌀재협상을 앞두고 쌀수입 전면화의 포석을 깔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문마저 든다.
보통 대부분의 교양강좌나 교육은 강연 이후에 참석자들의 질문 을 받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갖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난 강연회는 강사의 일방적인 입장을 농민들에게 전달했을 뿐 질문하나 받지 않고 바로 끝내버렸다. 이는 당진군민을 무시하는 행위임이 자명하다. 이에 대해 강연을 준비한 주최측과 강사는 강연회에 참석한 당진군민에게 사과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은 강연내용의 문제점이다.
우선 강연의 요지를 살펴보면 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강사인 허신행 박사가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을 책임졌던 농림수산부장관 출신이라는 점이다. 강연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농민이 못사는 것이 단지 농민이 무식해서 시대에 뒤떨어져서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나라의 농업을 책임졌던 장관출신이 과연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우리 농민들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농사를 지어온 죄밖에 없다. 쌀이 부족하니 다수확 품종을 심고 휴경하는 논 없이 모든 논에 모를 심으라고 하여 허리까지 빠지는 수렁논에조차 손모를 심으며 좀더 많은 수확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농업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오히려 농정실패에 대한 사죄를 해야 할 사람이 농민들이 시대에 뒤떨어져서 그렇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문제는 강연내용이 농업의 기본을 무시한 발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이란 한나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초산업이다. 이제는 식량도 무기가 되는 세상이다. 지금 값이 좀 싸다고 해서 수입농산물에만 의존하고 대다수의 농민이 아이디어 농업이라 하여 특산물을 생산한다면 우리나라의 먹거리 생산체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만약 그때 가서 국제곡물 시세가 급등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때 과연 한가마니에 400만원이나 하는 인삼쌀을 주식으로 할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극소수의 국민만이 소비층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굶어 죽으라는 것인가?
이는 외국농산물과 쌀의 완전 수입개방을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며 우리나라의 농업을 포기하고 몇몇 극소수의 국민들을 위한 농업을 하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궤변에 다름 아니다.
두번째로 품목별 생산자의 단결을 주장하였는데 과연 농민들이 그것을 몰라서 여태까지 못하고 농산물 가격이 폭락을 해도 그저 당하고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정권은 농민들이 뭉치는 것을 무서워하며 농민들이 조직을 만드는 것을 법이나 권력을 앞세워 막아온 것은 모든 농민이나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농민들이 생산량이나 출하량을 조절하여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려고 하면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 가격을 폭락시키지 않았는가?
농민의 전국적인 생산자 조직인 농업협동조합이 있는데도 생산량과 출하량을 조절하여 농산물의 가격조절을 못하고 있는 원인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정권에서 농민을 억압하고 손쉽게 이용하기 위해 농협을 정권의 하부조직으로 통제해왔기 때문이며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위와 같이 많은 문제가 있었던 강연을 단 하나의 질문도 받지 않고 끝낸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지적하며 강사선정과 강연내용에 있어 기본조차 준비하지 못한 당진군의 책임자와 우리 농업에 대한 기초적 인식부터 잘못된 강사는 당진군민과 우리나라의 모든 농민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