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충회의 일본기행기③
침략 정당화하는 구마니치 박물관에서 분노 삭여
기쿠치 시민들의 폐기물 회사와 재판·시민운동에 불지핀 아소산 사건 인상적
신문박물관은 구마니치신문사 부속시설로 옛날 재래식 인쇄기와 좀 발전된 인쇄기계들을 전시해 놨지만 그보다 그들이 값있게 여기는 건 명치유신이 조선과 아시아를 침략하는 것을 찬동하고 천왕에 충성하는 내용의 사설과 유물들이었다. 역대 신문사 간부들의 행적과 사설과 사진 등을 유리관에 전시했는데 언론계 거인으로 신봉하는 아다찌 겐죠의 사진과 사설을 가장 크게 전시하고 있었다.
1800년대 일본에서 명치유신이 등장함에 따라 구마모토 사람들은 정치권에 등용되지 못하자 대륙으로 진출, 신문 등에 관여하여 천왕에 아첨을 꾀함으로써 신임을 얻게 된다고 한다. 바로 아다찌 겐죠가 그 대표적 인물로 조선침략을 예찬하는 사설을 썼고 민비살해사건을 주도했다고 한다.
전시장은 이와같이 한국과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자료들로 가득 채워져 일본사람들이 역사적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었다.
분노의 마음을 애써 삭이며 신문사를 나온 방문단은 다음 방문지인 기쿠치시를 향해 자동차로 두시간 가량 달렸다.
가는 도중 점심 때가 기울어 우동을 파는 식당에 들렀다. 일본에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인데 우리 입맛엔 너무 단것이 흠이었다. 방문단 일원인 배현준(42세, 전교조 충남지부 정책위원, 대천고 교사)씨가 “우동이라는 단어가 일본말인 줄 지금 알았다”하여 한바탕 웃었다.
기쿠치시 산업폐기물처리장에 도착한 건 오후 2시경. 이 폐기물처리장은 구마모토 현내에 있는 각종 화학공장에서 배출된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인데 높은 산 정상을 밀어붙여 총 60만톤을 처리하도록 설립된 개인회사다.
유해성 여부를 묻는 방문단의 질문에 대해 회사 사장과 담당직은 회사별로 폐기물의 자주적 분석표를 제시하게 하여 사내에 보관·전시하고 있으며 중금속 처리는 미생물에 의한 처리를 하므로 전혀 유해성분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재활용품은 전혀 반입되지 않으며 침출수를 세단계로 여과시켜 전혀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시간에 만난 기쿠치 시민들과의 회합에선 전혀 다른 견해를 들었다. 문제의 폐기물처리장은 구마모토 현민이 마시는 취수장 주변에 설치됐으며 현에서 폐기물처리장을 승인할 때 정식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안전기준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현 지사를 상대로 재판을 걸어 싸우고 있지만 재판소에서도 현편을 들고 있으며 오히려 시민단체로 하여금 폐기물 회사측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4억7천만엔을 배상하라고 청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시민단체가 승소할 확률이 없지만 “시민들의 의견에 동감하지만 정치적 여건상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담당판사의 말에 분개하며 행정조직단위로 유권자 운동을 전개시켜 끝까지 투쟁한다는 각오다.
아무튼 폐기물처리장은 대형소각로와 소각하고 남은 찌꺼기를 둔치하는 하치장과 퇴비화하는 시설들이 갖춰졌는데 심한 악취가 발생해 두통을 일으켰다. 흡사 우리나라 울산지역의 석유화학공단에서 나는 냄새와 같았다.
폐기물처리장을 빠져나와 30여분만에 들른 곳은 이번 일정중 유일한 관광코스다. 해발 1592m의 아소산에 올랐는데 이 산은 화산폭발로 생긴 다섯재의 주봉이 둥그렇게 자리하고 분화구로 보이는 곳은 분지로 되어있고 평야처럼 평평해 농지를 이루고 있었다. 대략 우강면 정도의 넓이로 추측해 보며 주로 쌀농사를 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오른 곳은 다섯개의 주봉중 가장 아름다운 대관봉인데 정상이 꽤 넓은 고원지대로 평평하며 우리나라 한라산 중턱과 환경이 비슷한 것 같았다. 고원 전체에 억새꽃이 피었는데 기온이 낮아 키가 50㎝ 미만쯤 됐다. 곳곳에 소를 방목하고 있었는데 누런 황소가 많았다. 우리나라 축산시험장에서 보았던 일본소는 화우라 하여 털빛이 검은색이었는데 검은소보단 한국의 황소처럼 누런소가 대부분이었다. 혹시 한국소를 역수출하기 위해 사육하는 것 아니냐는 내 질문에 통역을 맡은 주영덕씨와 다나까씨는 농업상식이 없었는지 답변하지 못했다.
아소산 반대편의 수십㎞ 떨어진 곳에 구주산이 있었는데 그 산 중턱에선 화산활동에 의해 수증기가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었다. 이번 일정중에 가회가 없어 가까이 못 가보는 것이 아쉬웠다. 약 30분간의 아소산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안내하는 다나카씨는 아소산 관광도 공짜가 아님을 시사했다.
아소산에 있는 모 호텔에서 구마모토 현지사와 폐기물처리장 사장 등이 여성접대부와 파티를 벌이다 지사가 심장마비로 죽는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은 이자리에서 회사측의 뇌물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 시민운동에 불을 지피게 됐다는 전언이다.
아소산의 지표는 화산재에 의한 검은색 흙으로 덮여있는데 한반도의 백두산과 한라산이 아직도 바위로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저녁 6시경 기쿠치 시민과 교류하기 위해 가정집으로 안내됐는데 조그만 정원에 수백그루의 나무와 화분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정원문화는 일본 여느 가정마다 보편화됐는데 서구의 문화를 일찍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경제적으로 부유한 일본인들의 여유를 짐작케 했다.
주인부부가 환경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남자주인은 동양화를 하는 화가였다. 회원들이 모일 동안 주인은 한국노동운동가요 테잎을 틀어주며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허충회의 일본기행기③(사진)
침략 정당화하는 구마니치 박물관에서 분노 삭여
기쿠치 시민들의 폐기물 회사와 재판·시민운동에 불지핀 아소산 사건 인상적
신문박물관은 구마니치신문사 부속시설로 옛날 재래식 인쇄기와 좀 발전된 인쇄기계들을 전시해 놨지만 그보다 그들이 값있게 여기는 건 명치유신이 조선과 아시아를 침략하는 것을 찬동하고 천왕에 충성하는 내용의 사설과 유물들이었다. 역대 신문사 간부들의 행적과 사설과 사진 등을 유리관에 전시했는데 언론계 거인으로 신봉하는 아다찌 겐죠의 사진과 사설을 가장 크게 전시하고 있었다.
1800년대 일본에서 명치유신이 등장함에 따라 구마모토 사람들은 정치권에 등용되지 못하자 대륙으로 진출, 신문 등에 관여하여 천왕에 아첨을 꾀함으로써 신임을 얻게 된다고 한다. 바로 아다찌 겐죠가 그 대표적 인물로 조선침략을 예찬하는 사설을 썼고 민비살해사건을 주도했다고 한다.
전시장은 이와같이 한국과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자료들로 가득 채워져 일본사람들이 역사적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었다.
분노의 마음을 애써 삭이며 신문사를 나온 방문단은 다음 방문지인 기쿠치시를 향해 자동차로 두시간 가량 달렸다.
가는 도중 점심 때가 기울어 우동을 파는 식당에 들렀다. 일본에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인데 우리 입맛엔 너무 단것이 흠이었다. 방문단 일원인 배현준(42세, 전교조 충남지부 정책위원, 대천고 교사)씨가 “우동이라는 단어가 일본말인 줄 지금 알았다”하여 한바탕 웃었다.
기쿠치시 산업폐기물처리장에 도착한 건 오후 2시경. 이 폐기물처리장은 구마모토 현내에 있는 각종 화학공장에서 배출된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인데 높은 산 정상을 밀어붙여 총 60만톤을 처리하도록 설립된 개인회사다.
유해성 여부를 묻는 방문단의 질문에 대해 회사 사장과 담당직은 회사별로 폐기물의 자주적 분석표를 제시하게 하여 사내에 보관·전시하고 있으며 중금속 처리는 미생물에 의한 처리를 하므로 전혀 유해성분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재활용품은 전혀 반입되지 않으며 침출수를 세단계로 여과시켜 전혀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시간에 만난 기쿠치 시민들과의 회합에선 전혀 다른 견해를 들었다. 문제의 폐기물처리장은 구마모토 현민이 마시는 취수장 주변에 설치됐으며 현에서 폐기물처리장을 승인할 때 정식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안전기준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현 지사를 상대로 재판을 걸어 싸우고 있지만 재판소에서도 현편을 들고 있으며 오히려 시민단체로 하여금 폐기물 회사측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4억7천만엔을 배상하라고 청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시민단체가 승소할 확률이 없지만 “시민들의 의견에 동감하지만 정치적 여건상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담당판사의 말에 분개하며 행정조직단위로 유권자 운동을 전개시켜 끝까지 투쟁한다는 각오다.
아무튼 폐기물처리장은 대형소각로와 소각하고 남은 찌꺼기를 둔치하는 하치장과 퇴비화하는 시설들이 갖춰졌는데 심한 악취가 발생해 두통을 일으켰다. 흡사 우리나라 울산지역의 석유화학공단에서 나는 냄새와 같았다.
폐기물처리장을 빠져나와 30여분만에 들른 곳은 이번 일정중 유일한 관광코스다. 해발 1592m의 아소산에 올랐는데 이 산은 화산폭발로 생긴 다섯재의 주봉이 둥그렇게 자리하고 분화구로 보이는 곳은 분지로 되어있고 평야처럼 평평해 농지를 이루고 있었다. 대략 우강면 정도의 넓이로 추측해 보며 주로 쌀농사를 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오른 곳은 다섯개의 주봉중 가장 아름다운 대관봉인데 정상이 꽤 넓은 고원지대로 평평하며 우리나라 한라산 중턱과 환경이 비슷한 것 같았다. 고원 전체에 억새꽃이 피었는데 기온이 낮아 키가 50㎝ 미만쯤 됐다. 곳곳에 소를 방목하고 있었는데 누런 황소가 많았다. 우리나라 축산시험장에서 보았던 일본소는 화우라 하여 털빛이 검은색이었는데 검은소보단 한국의 황소처럼 누런소가 대부분이었다. 혹시 한국소를 역수출하기 위해 사육하는 것 아니냐는 내 질문에 통역을 맡은 주영덕씨와 다나까씨는 농업상식이 없었는지 답변하지 못했다.
아소산 반대편의 수십㎞ 떨어진 곳에 구주산이 있었는데 그 산 중턱에선 화산활동에 의해 수증기가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었다. 이번 일정중에 가회가 없어 가까이 못 가보는 것이 아쉬웠다. 약 30분간의 아소산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안내하는 다나카씨는 아소산 관광도 공짜가 아님을 시사했다.
아소산에 있는 모 호텔에서 구마모토 현지사와 폐기물처리장 사장 등이 여성접대부와 파티를 벌이다 지사가 심장마비로 죽는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은 이자리에서 회사측의 뇌물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 시민운동에 불을 지피게 됐다는 전언이다.
아소산의 지표는 화산재에 의한 검은색 흙으로 덮여있는데 한반도의 백두산과 한라산이 아직도 바위로 이뤄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저녁 6시경 기쿠치 시민과 교류하기 위해 가정집으로 안내됐는데 조그만 정원에 수백그루의 나무와 화분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정원문화는 일본 여느 가정마다 보편화됐는데 서구의 문화를 일찍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경제적으로 부유한 일본인들의 여유를 짐작케 했다.
주인부부가 환경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남자주인은 동양화를 하는 화가였다. 회원들이 모일 동안 주인은 한국노동운동가요 테잎을 틀어주며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