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충회의 일본기행기②
허 충 회
전 당진군농민회장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학교에 풀장·스키장은 필수, 한·일 역사관계 학생들 잘 몰라
작은학교 통폐합 논란, 청소년 범죄 등은 한국과 비슷한 현실
■제2일(10월21일)
함께 방을 쓴 임효상(53세, 새로운 태안을 열어가는 군민모임 회장, 방문단장)씨는 나보다 더 부지런했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5시경부터 일어나 밖에 나가 도심을 산책하고 돌아왔다.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그는 시내의 쓰레기가 어떻게 수거되는지도 눈여겨 본 모양인데 하천의 다리주변에 쓰레기가 쌓여있음을 발견하고 일본의 쓰레기 수거정책에 별 점수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보단 시가지가 한결 깨끗함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침밥은 호텔에서 했는데 식빵, 야채, 마른국수, 삶은 계란 등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제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끙끙대는 방문단의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안내를 맡은 주영덕씨와 다나카씨는 8시 정각에 호텔로 찾아와 방문단을 승합차에 태워 오늘의 첫 방문지인 리키고중학교로 향했다.
신축학교인 리키고중학교는 유럽풍으로 기둥은 고딕식을 취했고 건물 전체는 원형으로 설계해 독특하고 우아한 모습이다. 교실 이외에 곳곳에 휴게실을 넓게 마련했고 콘크리트 건축이면서도 벽면은 편목을 입혀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바닥 어디에도 콘크리트 날바닥에 페인트칠을 했거나 하는 곳은 전혀 없었다. 모두 부드러운 화학바닥재를 입혀 깔끔하고 분위기가 좋았다.
중학교를 방문한건 학교의 역사교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본 청소년 교육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방문단을 맞이한 학교 교무담당(우리나라 교감직위)과 대담을 했다.
일본에서도 농촌에서 도시로 이농현상이 일어나고 일류대학에 대한 열망이 강하며 농촌지역의 작은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10명 미만인 학교가 늘어나고 대도시엔 40명 이상의 과밀학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농촌지역의 전통적 학교를 보존해야 된다는 주장과 효율성에 따라 작은학교는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한다. 우리 한국이 안고 있는 현실과 똑같다.
일본에서는 약 20년전부터 청소년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최근들어 그 심각성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봄 17세의 고교생이 버스를 탈취해 대형사고를 일으키는가 하면 부모를 폭행해 살해한 사건도 일어났다. 학교에선 도덕교과를 담임이 맡고 있으며 문제화 된 학생은 마음의 상담원이라는 선생님이 전담하게 되는데 중요한 건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교선생님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과 큰 차이가 없음을 느끼는 대목이며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도 자녀를 적게 낳는 탓에 어머니의 과보호에 의해 어린이들이 사교성이 없고 컴퓨터게임에 빠져있다. 이지메현상(집단따돌림)이 빈번하며 한번 친구들과 다투게 되면 마음에 벽을 쌓고 표정없이 상대방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고도의 산업발달이 낳고 있는 인간성 황폐화는 한·일 양국이 똑같이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담을 끝낸 후 일행은 학교시설을 한바퀴 돌아봤다. 실내체육관 시설이 거창하게 지어졌는데 다른 학교에 비해 더 넓고 재정이 많이 투자됐노라고 학교 관계자가 말했다.
일본에선 도서관, 체육관, 풀장 등이 갖춰져야 인기가 있는데 특히 남쪽지역엔 풀장, 북쪽지역엔 스키장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가지 특이할 만한 것은 학교 도서관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는데 이 학교 젊은 선생님 한 사람이 서울의 한 중학교와 교류를 한 기념으로 게양하게 됐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양교 학생 대표단이 방문하였으나 IMF 이후 잠시 중단되고 지금은 편지교류만 진행된다고 한다. 일본 학생들에겐 한국과 일본의 역사관계를 가르치지 않아 잘 모르고 있다며 말은 통하지 않지만 곧 친숙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인간관계부터 물꼬를 트고 올바른 한·일간 역사를 가르쳐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 젊은 선생님은 직전에 부임해 있던 아카다중학교에서 조선 식민지 지배 때 징용사례를 학생들에게 조사하게 하여 학교문화제 때 발표해 주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했다.
두번째 방문지인 구마니치신문사와 신문박물관은 10시30분에 도착했다.
구마니치신문사는 구마모토현에 하나 뿐인 지방신문사인데 일본에선 법적으로 지방마다 한개 이상 신문사를 세울 수 없는 대신 각 현마다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찌 등 중앙일간지 지사가 있다고 한다.
구마니치신문사는 사원 580명에 아르바이트생을 매일 200명 고용하고 있으며, 판매회사, 정보문화회사, 광고회사 등 관련회사 10개를 두고 있으며, 발행면수 32면에 조간과 석간을 발행하고 있다. 발행부수는 40만부이며 구독료 60%에 광고수입 40%로 운영되고 있다.
방문단의 시민운동 지원여부와 신문제작과정에서 시민들의 직접 참여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편집부 차장은 “신문제작과정에서 시민들의 직접 참여는 없으나 시민운동 지원은 적극 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다음날 시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아본 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자민당이라는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아 현의회, 시의회까지 보수세력이 포진하고 있고 모든 기관은 물론, 관변보수단체들이 정부와 국왕을 옹호하며 신문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싣게 될 경우 폭력단의 보복이 가해지니 신문사 역시 보수를 옹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고 한다.
일본의 거의 모든 신문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조선일보과 비슷한 것으로 보여지며 일본의 시민운동가들은 한국의 한겨레신문에 대해 관심과 선망을 보내며 직접 구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스키라는 현민회 회원은 한겨레신문을 즐겨 읽는다며 ‘금요일’이라는 시민단체가 발행하는 주간지를 내게 보여주며 ‘일본의 한겨레신문’이라고 표현했다.
편집부차장과 의례적인 대화 몇마디를 나누고 신문사 내부전경을 잠시 둘러본 방문단은 문제의 신문박물관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