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저녁 하늘 가득 검은 산이 누웠네

옹기종기 살던 집들 한몸으로 엉겨

검은 산 아랫도리에 아주 들었는데

누군가 촉감뿐인 저녁 황토위

깃들 곳 찾아 돌아가고 있을

그리운 오솔길. 길 뵈지 않네

길은 뵈지 않고 산의 몸 속에

기다림 사위고 남은 가장 선한 눈빛 하나,

아직은 나 가보지 못한

가난한 몸에 핀 향긋한 노래같네

어둠 속에 저홀로 탯줄 끊고 산이 앓네

검은 산 아랫도리 슬픈 눈빛 내게 이르길

사랑은 낳는 것 없이 홀로 겪는 산고(産苦),

사랑도 품지 말고 그저 바라만 보라 하네

꿈만 둔 채 어느날 나 아주 떠나도

선한 눈빛 하나로 다시 돌아와

꿈과 함께 두고 간 애달픈 한 사람

오늘 나처럼 검은 산 돌아볼 적에

나 여기 몸이 없어 그대 앞에 못간다고

말하지 말라 하네. 부디

눈길만 주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