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참여 경선에 의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확정돼 바야흐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섰다.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처음 시도된 국민 참여 경선 제도가 새로운 정치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은 정치개혁의 첫걸음으로 반가운 일이다. 불공정 시비가 없지 않았으나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돈 선거가 불가능해진 것만 해도 절망적인 정치상황에 새로운 희망의 근거를 마련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여기에 현직 대통령 아들들이 관련된 각종 부패사건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연말 대통령 선거에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대선에 묻혀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전 세계 축제인 월드컵 경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뜨거워 이런 현상은 더 심한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총체적 국가경영보다는 일상적인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막상 지방자치 선거에 관심이 없거나, 유권자 스스로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대전과 충남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보면 실생활과 관련해 많은 바람과 불만과 의문을 들을 수 있다. 교통문제가 심각하다던가 집 값이 너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 소각로 관련 부정의혹은 과연 어떻게 전개된 것이냐는 의문. 이번에도 지역주의에 연고한 정당이 싹쓸이 당선을 하는 하나마나한 선거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바람을 흔히 들을 수 있다.
또 도청과 도교육청이 대전에 계속 있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하면서 대전과 충남의 광역단체 통합은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청사 이전이라도 빨리 이루어져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 서북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부권이 개발에서 소외되고 있으니 균형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 청양의 지천댐이나 공주의 마곡사댐 건설이 계속 추진되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 안면도 국제 관광지개발을 위한 해외 매각 추진에 대한 의혹과 불만. 금강 수계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모래 채취 사업이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그 영향은 과연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같은 얘기들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또 있다. 구체적인 생활상의 불편함과 관련해 장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면서 충남에는 화장터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속상함이 있고 우리지역 지방의원들이 임기 중에 관광성 국내외 여행을 몇 차례 갔다 왔다는 소문에 대한 분노의 소리도 들린다.
주민소환이나 주민발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유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투표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이 중요한 권리행사를 위해 유권자가 눈 부릅뜨고 정성껏 지방자치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현역 의원이나 단체장들이 4년 전 공약으로 내놓았던 일들을 얼마나 제대로 추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혹시 임기동안 부정부패와 연관된 일은 없었는지 감시해야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현안에 대해 임기동안 어떤 입장에서 활동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새로 출마하는 이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지방자치 선거를 결코 연말 대선의 전초전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지방정치의 확립이 제대로 된 중앙 정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6월의 지방자치 선거를 유권자가 준비해서 제대로 치를 때 연말 대선에서도 정치개혁을 이루는 획기적 정치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2002년 선거국면의 주인은 후보자가 아니라 우리 유권자라는 자긍심을 가져야겠다. 정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느냐 또다시 절망할 것이냐 하는 선택권은 우리 유권자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