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일기」

◇ 지은이 / 엄정식

(서강대 철학과 교수)

◇ 출판사 / 도서출판 하늘재

◇ 가 격 / 9 ,500원

이인학 미호중학교 교사

E-mail : yinhak@hanmail.net

우연히 『당진 일기』라는 책을 대하게 되었다. 1993년부터 3년 간 <철학과 현실 designtimesp=28980>이라는 책에 연재되었던 『철학자의 일기』를 수정해서 『당진 일기』로 묶은 것이었다.

특히, 틈틈이 찍어 두었던 정다운 사진들을 글과 함께 실어 독자에게 신선한 일기로 다시 태어나게 한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책의 전반에 걸쳐 낯선 산골 마을에 홀로 찾아 들어가서 적응하며 생활하는, 그리고 느끼며 사유하는 삶의 모습이 여과 없이 기록되어 있다.

누추한 산골을 찾아와 자연을 음미하고 철학적 담소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 가꾸기와 집수리, 장작패기 등 궂은 일을 도와준 마을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마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을 보며 우리 조상들의 품앗이를 생각하게 한다.

다음은 일기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나는 가끔씩 철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철학 그 자체와 대면하고 싶다.

그럴 때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산골마을 은곡재로 떠나 대자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음미하며 또 하나의 내 이름을 불러 보기도 한다.

내 자신의 자아를 <다이몬 designtimesp=28989>이라 부르며 사유의 빛줄기를 좇아 몸부림치듯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헤매었던 젊은 시절처럼 당진은 이제 선친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내 영혼의 양식처이자 진정한 자아의 거주지가 되었다.

작가는 각박한 현 세상에 희망이 싹트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감동적인 실화로 자애로운 고향의 향수를 다루고 있어 나도 갑자기 어릴 때 접했던 일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 designtimesp=28992>를 읽고 울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책장에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색 바랜 공책 한 권을 빼어 들었다. 거기에는 어린 시절의 꿈이 있었고 낭만이 살아 있었다. 어렸을 때 소박했던 동심으로 거짓없이 써 내려갔던 글들이 나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에겐 일기를 쓰게 된 동기가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선생님께 꾸중받지 않으려고 쓴 사람, 자신의 발전되는 과정을 보려고 쓴 사람, 안네의 일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서 등등...

지금의 나 자신은 어떤가? 나이가 들수록 기록할 것은 많은데 그것을 공책이 아닌 기억의 일기에만 쓰려고 하는 습성에 젖어있다. 가끔은 물건을 잘 둔다고 했는데 찾지 못하는 건망증에 시달리면서도...

한번쯤 우리들은 지금 어떤 일기를 기록하고 있을까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다. 21세기는 빨리 빨리 하며 재촉하는 시대라지만 자연의 시간이 주는 경이로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취를 지금이라도 일기장에 적어 보면 어떨까? 시간이 되면 누구나 한 번 부담 없이 『당진 일기』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