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치의 다양화와 다원화가 급격하게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의 다원화 현상과는 달리 일련의 정책입안과 집행과정을 볼 때 획일적인 정책강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책의 일관성 유지, 균형과 질서 확보 등의 측면에서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획일적인 정책강요 현상은 일제식민통치의 경험과 군사문화의 영향 때문에 아직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기능의 자율성과 적절한 자원배분, 그리고 민간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동반하는 폐해를 낳게 된다.
획일적인 정책강요 사례는 주5일 근무제의 실시, 교통법규 위반자의 일괄 사면, 읍·면·동 기능전환, 국·공립대학 교원 신규임용의 계약제 임용 의무화, 전체 차선을 차단하고 실시하는 일제검문단속,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제한, 이른바 햇볕정책, 대통령 선거기간 중 동창회·향우회·종친회 금지 등과 같은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정책의 장단점 또는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선도, 차선도 아닌 한 가지 정책대안을 ‘합의’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정책 대상집단에게 획일적으로 도입·적용하려는 행정편의주의와 관료들의 경직된 사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Adam Smith는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아담 스미스의 견해가 100%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장기능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획일적인 정책의 강요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물론 공공재(public goods)의 특성과 외부효과 때문에 시장실패 현상이 초래되거나 초래될 것이 예측되는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획일적인 정책강요의 한 예인 주5일 근무제의 실시에 관한 일련의 논의과정을 보면 얼마나 정책 당국의 사고가 경직되어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직업별, 연령별, 학력별 찬반 의견이 다르며, 업종별, 직종별, 지역별, 기업규모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면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전국의 1,000가구를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한 S경제연구소의 소비자 태도조사 결과에 의하면 조사대상 전체 가구 중 53%가 ‘여가를 조금 줄이더라도 더 많은 소득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책 대상집단의 이해관계와 실정을 외면하고 주5일 근무제 실시를 법제화하여 강요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 것인가를 한 번 상상해 보자. 여가를 조금 줄이더라도 더 많은 소득을 원하는 국민들은? ... 설비를 365일 가동해야 하는 산업체는? 금융기관, 의료기관?약국, 관공서 등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획일적인 주5일 근무제 실시의 강요는 지양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주5일 근무제 실시가 실업감소, 내수 진작, 근로생활의 질 향상, 여가시간 확대 등의 정책효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주5일 근무제 실시의 획일적인 강요가 아니라, 주당 근로시간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각 산업체가 실정에 맞게 선택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주5일 근무제 실시방안에 대한 복수의 대안을 만들고 각 대안의 장단점을 제시한 후 그 중에서 정책 대상집단이 각자의 실정에 가장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 정책 당국은 가능한 한 여러가지 대안들을 개발해서 제시한 후 각 정책 대상집단이 각자의 실정에 적합한 대안을 선택해서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과 포용성을 가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정책 당국은 현재 우리 사회에는 가치의 다원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해관계의 다양성이 존재함을 항상 인식하고, 다시는 최선도, 차선도 아닌 정책의 획일적인 강요는 더 이상 않기를 바란다.




